초대받지 않은 손님, 이마고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읽기(5)
'키케로에게는 예상밖의, 뜻밖의 낱말이 없다. 기대 너머에서 불현듯 등장해서 독자나 청중을 후려치는 낱말을 나는 예상 밖, 뜻밖의 말이라고 부른다. 방어를 포기하게 되는 낱말, 조상의 얼굴처럼 떠오르는 낱말, 자는 동안 이마고처럼 일어서는 낱말 말이다. 어느 조상이 불쑥 나타나 우리 곁으로 돌아오듯이.'
이마고는 '죽은 사람의 머리' 즉, 데스마스크에서 시작되었다. 로마의 정원 한가운데 흉상으로 머물며 그들 곁에 머물던 이미지. 그것은 이미 떠나버렸지만, 아직 곁에 있는 낯선 '아이콘'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며, 동시에 예상 바깥에 머물 뿐인 존재. 한밤중에 초대받지 않은 채 찾아오는 꿈의 정령을 키케로는 알지 못한다. '방어를 포기하게' 만들며, 완벽히 교란시키는 뜻밖의 손님을.
(3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