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과 개화 사이를 쉼 없이 오가는 부름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읽기(6)
'혈기와 하늘의 바람 사이에 심연이 팬다. 전류와 산꼭대기 강의 원천 사이에 심연이 팬다. 언어와 목소리 사이에 심연이 팬다. 목소리는 세상을 기쁨과 고통으로 나누는 수단이다. 문학은 문자의 원자적 근심이다. 문학적이란 건 관습에서 문자가 절대 분리되지 않는 생물학적 바닥까지 거슬러 오르는 무엇이다. 심연의 끊임없는 부름에 열린 청각이다. 원천과 개화 사이에 끊임없이 패는 심연에서 올라오는 부름, 상류로 오를수록 점점 더 풍성해지는 아득한 부름에.'
문학의 근원적 이미지. 심연 깊은 곳 오래된 짐승의 뼈를 발견하는 감각은 시각이 아니다. 내 속의 타자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낯선 열림. '원천과 개화 사이'를 쉼 없이 오가는 '부름'은 기꺼이 응답하며, 아찔한 시차를 감당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에 비로소 깃드는. 우리와 결코 '분리되지 않는 생물학적 바닥까지' 도착하는 의지는 무한히 그곳으로 흐를 뿐이다. 가장 먼 것이 가장 가까운 것이 되는 이분법 너머의 아득한 이미지.
(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