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읽기(9)
'문학의 무질서한 특징, 물리적 특징, 관례적이지 않은 얼굴이 거기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언제나 뜻밖의 것에 감탄한다"라고 로기노스는 쓴다. 문학은 반윤리다. 그것은 고상하게 다듬어진 정서이고, 제 질료의 추출, 언어의 추출이고, 제 원천에 자리한 약동의 재생이다. (중략) 발가벗은 언어는 모든 시대에 걸맞은 심상을 솟아나게 하는 언어다. 그렇기에 뜻밖의 것이 아닌 메타포는 없다.'
'정신 착란처럼 소용돌이치는 영감' 문학의 자유로움은 느닷없이 밀려오는 급류에 휩쓸릴 때 시작된다. 결코 관례적일 수 없는 바깥의 사건. '모든 시대에 걸맞은 심상'을 선물하는 메타포는 새파랗게 질린 아이를 건져낸다. 언어 깊은 곳의 정념이 묻어 있는 시원적 '얼굴'. 항상 새로울 뿐인 '반윤리'는, 비로소 무엇보다 질서 잡힌 미적 형식을 입는다. 기이한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는 생의 약동.
(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