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청춘시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나와 맞는 사람들과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현실에서 무조건 그렇게만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가 겪는 인간관계 문제 중에는 ‘나랑 안 맞는’ 사람들과 부딪쳐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당황스러움과 적지 않은 상처를 동시에 받는 일도 있다.
괜히 내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게 되고, 내가 잘못한 것이 딱히 없다는 걸 깨닫게 될 즈음엔 나의 진심이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아픔을 결국 느껴야 한다.
그런 일에 아직도 적응 중인 나를 위로하는 마법의 말들이 있다.
만약 한 개인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모든 순간들을 다 알고 있다면 지금 그 사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이 왜 지금의 모습인지를.
- 영화 ‘헬프’ 유지니아 스키터 역 엠마 스톤
살아가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지?’ 할 때가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현재 모습만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알고 있다면 지금 그 사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엠마 스톤의 말이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이유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정말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그 사람이 나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그 말만 들어도 말이다.
너 방금 내 얘기 듣고 예은이가 그럴 만도 하다 싶었지? 그러니까 내 말은, 내 얘기가 정답은 아니라도 사람마다 죄다 사정이라는 게 있다는 거야. 그 사정 알기 전까진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안 된다는 거고. 예은이뿐만 아니라 강 언니도 그렇고 윤 선배도 그렇고 너만 해도 그런 거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해도 너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거. 그러니까 남의 일에 대해선 함부로 이게 옳다, 그르다 말하면 안 되는 거야.
- 드라마 ‘청춘시대 1’ 송지원 역 박은빈
이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죄다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고, 그 사정을 알기 전까진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정황들만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할 뿐이다.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해도 그 사람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가 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물론 먼저 화가 난 나머지 그렇게 하기가 정말 어렵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문제로 비슷한 속앓이를 했던 나에게 친한 형이 조언을 해주었다.
사람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가 않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쩌면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정하는 순간 내가 무너질까 봐, 너무 내 마음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기를 바랐던,
또 하루의 아픈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