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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훈 Jan 30. 2020

자본시장의 단상

한국형 헤지펀드의 한계인가

19년 하반기 1위 헤지펀드 업체가 판매하던 펀드의 환매가 중단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중간에 팔 수 없는 자산을 언제든지 되팔 수 있는 것처럼 판매한 것이다. 모든 자산에는 가격이 있다. 그 가격이 투명하게 거래되는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가격이라면 공정한 시장 가격이라고 볼 수 있고 그 가격에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거나 팔 수 있다면 유동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예금이나 적금이 되고 금 같은 자산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사거나 파는 것이 가능한 대표적인 실물 자산이다.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이 있고 각 업체별로 기업가치도 다르고 매일 거래되는 대금도 다르다.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가 많이 되는 주식은 매수도 용이하고 매도도 용이하다. 반면 시가총액이 작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크지 않은 주식은 많은 양을 매수하려면 오랫동안 분할해서 매수해야 하고 매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눠서 매도해야만 한다.


코스닥 벤처펀드 정책이 육성한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코스닥에 상장되어있는 비교적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들이 발행한 메자닌 채권(CB BW)에 주로 투자를 했다. 채권이라지만 표면 만기 이자율 0%에 근접해 발행했기 때문에 이자수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주 주식으로 전환 또는 신주 인수를 통해 해당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목적의 투자인 것이다. 대부분 20~30%의 리픽싱 조건을 통해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 단가가 낮아지게 되고 주가의 되돌림 현상을 이용해 리픽싱 된 만큼의 이익을 확보하는 게 기본 투자 전략이다.


주식시장이 안정되어 있거나 추세적으로 우상향 할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미중 무역 분쟁 등 여러 이슈들로 주식시장이 다소 침체되었고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인수한 메자닌 채권의 발행기업들의 주가가 리픽싱 구간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굳건하다면 시장의 반등 시기까지 기다리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으나 기업의 내재가치가 변동되었다면 주가가 회복할 가능성은 요원해진다.


헤지펀드들은 보유하고 있는 메자닌을 만기 상환 혹은 조기상환청구 혹은 주식으로 전환하여 시장에 매도해야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투자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고 조기상환청구 혹은 만기 상환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펀드를 판매할 때는 개방형으로 설정하여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것처럼 팔았으나 실제로 환매 요구가 들어오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매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고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잘못한 사람은 누구인가?


모든 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나 펀드를 설계한 운용사와 판매한 판매사가 이러한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고지했는지. 그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고 투자했다면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할 결과라고 본다. 다만 이러한 위험은 아마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메자닌의 특성상 주가가 떨어졌으면 만기 상환받으면 되니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없는 상품이라고 팔았을 공산이 크다. 근데 그 메자닌 투자금을 받은 기업은 분명 돈을 썼을 거고 그동안 이익을 내지 못했으면 만기가 돼도 상환할 수 있는 돈이 없을 거다.  처음부터 상환을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코스닥 상장 메자닌을 위주로 하면서 비상장 기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비상장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 버블이 기여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헤지펀드들의 공격적인 벤처투자가 다소 줄어들게 되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다시 기존 전통 vc들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다. VC의 벤처펀드의 주요 재원은 모태펀드와 정책금융기관들이고 만기가 8년 이상 되는 안정적인 재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밌는 사실은 비상장 사모에 쏠렸던 자산가들의 행보가 부동산 내지는 공모 주식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연초 주식시장 랠리는 연초 효과와 더불어 사모시장으로 자금이 더 이상 유입이 안되자 공모로 돌아온 효과도 컸다.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리스크로 일부 조정기를 거치고 있으나 이러한 조정은 늘 시간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헤지펀드 운용사에 과도하게 쏠렸던 투자금이 다시 공모 주식시장과 다른 대체 자산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벤처 투장 주도자였으나 최근 몇 년간 고전했던 vc 들은 다시 본연의 페이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vc펀드가 많아지고 커지고 있어 그들만의 경쟁은 격화될 수 있겠으나 헤지펀드들과의 경쟁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좋은 투자상품은 리스크 리턴 함수가 제대로 작동하는 투자 상품이다. 하이리스크를 감수하면 하이리턴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고 로우리스크를 원하면 로우 리턴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메자닌 투자는 미들 리스크 미들 리턴의 콘셉트인데 사실은 하이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므로 은행이자보다 더 높은 초과수익들 원하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공부하여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에 걸맞은 투자상품을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기가 막힌 투자기회가 찾아온다면? 왜 나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왔을지 생각해보고 그냥 운인가 라고 생각한다면 높은 확률로 사기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재고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좋은 투자기회라면 나한테까지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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