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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향 Apr 12. 2022

그래 요즘 뭐하고 지내?

강아지 간병하며 지냅니다.

오랫동안 다닌 직장에서 퇴사하였다. 몸도 마음도 지쳐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주말마다 집에 가기는 했지만 홀로 하는 타지살이는 외로웠다. 나의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한 털친구 우리 집 강아지 헬씨가 있는 우리 집, 내방이 매일 그리웠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쉬기로 결심을 했다. 내가 퇴사한 그해 겨울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되었다. 퇴사 후 오전 11시에 필라테스를 갔다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는 것이 나의 로망이었는데, 실내체육시설은 영업이 금지되었고 카페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다.



말 그래로 꼼짝없이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답답했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헬씨와 24시간을 함께 했다. 그 시점은 헬씨가 심장병 b단계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정도 되는 시점이었다. 하루에 2번 약을 먹이고 무리한 산책을 피해 주면 되는 초기~중기의 단계. 약만 제때 먹여주면 가벼운 산책같은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했다.



매일 아침 알람 없이 자다 보면 어느새 헬씨가 나를 깨운다. 이만 일어나서 밥을 달라고. 가끔 내가 먼저 눈뜨는 날에는 배 방귀로 강아지를 깨웠다. 헬씨의 배는 보드랍고 따뜻했다. 한참을 쓰담 쓰담해주면 헬씨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서둘러 출근하지 않아도, 외출하지도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강아지 아침밥을 챙겨주고, 아침 약을 챙겨주고, 산책 한번 갔다가 발을 씻기고, 고구마 쪄서 나눠먹고 낮잠도 자고, 또 저녁밥과 약을 챙겨주고 같이 잠드는 일상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 


이따금 학원을 다니기도, 약속이 있기도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절 우리 둘은 철석같이 붙어 지냈고, 어느덧 그 시간은 1년이 넘어갔다.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슬슬 새로운 일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집 털 친구가 이상해졌다. 밤마다 기침을 심하게 하고 부쩍 기운 없어했다. 매일 약도 잘 먹이고, 동네병원도 잘 다니고, 무리를 시킨 적도 없는데 왜 그러지?



동네병원에서 치료받는것으로 증상이 나이지 않자 MRI장비가 있는 2차병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더 자주 병원을 가고 공격적인 치료를 받게 했지만, 심장병은 말기 단계로 서서히 진행중이었고 아이의 상태는 조금씩 악화되었다. 점점 짧은 주기로 위기의 상황이 찾아왔다.



급한 신호는 새벽, 밤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집에 주저 앉게 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따금씩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래 요즘 뭐하고 지내?


저, 강아지 간병하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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