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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Jan 11. 2024

나는 어떤 시간에 살고 있는가?

생물학적 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이고 벗어날 수 없으며 객관적인 시간이다.


예를 들면 하루가 24시간이라든지 1년이 365일이라는 것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도 이 시간에 속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양적(quantitative)인 시간이고 보이는 시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크로노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일명 죽음의 신이라고도 불리워진다. 시간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한정된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보다 많은 일을 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개인이나 조직에서는 시간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중요도와 긴급도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관리의 핵심은 중요한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 급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뭇 다르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하기보다는 급한 것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현상 유지는 될지 몰라도 한 발 더 나아가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후속작인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 여왕을 만난 엘리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엘리스가 계속 달리지만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옆에 있던 붉은 여왕은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열심히 달리지만 주변도 함께 달리는 한 제자리를 벗어날 수 없는 이른바 붉은 여왕 효과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을 넘어설 수 있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도 있다.


카이로스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다. 기회의 신이라는 별칭도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에 살게 되면 사회학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크로노스의 시간과 다르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주관적 시간이자 질적(qualitative)인 시간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에서는 하루가 24시간일지 몰라도 카이로스의 시간에서는 하루가 25시간도 될 수 있고 30시간도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카이로스의 시간은 스스로 찾고 만들어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렵다고 생각되거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카이로스의 시간에 들어갔던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이다. 이를 몰입이라고 한다. 대개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나 재미있는 일을 할 때 혹은 주도적이거나 자율적인 일을 할 때다.


카이로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와 같은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이 주어졌을지라도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 있을 때보다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 있을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생각과 집중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몰입을 하게 되면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얻게 되며 시간적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카이로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방법은 있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된다. ‘자신의 삶에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삶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자신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또한 일상의 복잡함과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외면하면 안된다. 바쁘게 살아왔지만 되돌아봤을 때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선택해야 한다.


크로노스의 시간에서는 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을 받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에서는 자유롭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나의 시간을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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