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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Jan 11. 2024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록할 것인가?

수년 전부터 사람들의 첫 번째 행동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것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음식이 나오면 수저를 잡기 전에 휴대폰을 꺼내 드는 것이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그렇고 선물이나 택배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세미나 등과 같은 자리에 참석하는 경우에도 시작하기 전부터 군데군데 사진을 찍는다.


이러한 행동에는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자랑하려는 마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증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행동의 저변에는 본능이 자리 잡고 있다. 즉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 본능이다. 이러한 본능은 개인별로 정도와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기록하고자 하는 본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기록은 인류가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전개되어왔다. 문자가 없던 시기에는 그림이나 구전 등으로 나타났다. 이후 문자의 등장과 더불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록의 양과 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펜과 종이는 물론, 디지털기기나 온라인 등 기록을 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개인에게 있어 이러한 기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스스로에 의한 기록과 타인에 의한 기록이다.


타인에 의한 기록 중 대표적인 것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기록이다. 대개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서 기록된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기록된 내용을 보면서 배울 점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과거와 같은 우(愚)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학습과 대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편 스스로에 의한 기록도 있다. 이 중 하나는 일기다. 물론 일기장에 쓰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진을 비롯해서 동영상이나 메모, 편지, 글, 일정 등 개인의 모든 일상이 기록에 포함된다. 내용도 다양하다.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물론, 감정이나 느낌 혹은 다짐 등도 포함된다. 다만 기록의 과정에서 자기왜곡이나 자기기만도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스스로에 의한 기록은 타인에 의한 기록과는 다른 면이 있다.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며 보여지는 것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록되어야 할 것은 기록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기록하기도 한다.


기록의 주체가 타인이든지 자신이든지에 관계없이 개인에게 있어 기록은 단순히 지나온 과거의 일이나 경험을 기억하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기록은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행위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록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 질문은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기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보다 쉽게 접근하면 자신의 이름 앞에 붙여질 수식어를 생각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자신의 이름 앞에 그 수식어가 기록되려면 지금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물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기록되기 어렵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례로 자신의 이름 앞에 '헌신적인'이라는 수식어가 기록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되기 위한 생각과 행동들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스스로에 의해 기록해야 하는 것들은 이러한 생각과 수행했거나 수행해야 할 행동들이다. 이 과정에서 성찰도 일어나고 계획도 생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한 기록은 과거가 아닌 현재나 미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기록은 지난 온 일들에 대한 과거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되고 싶은 모습에 대한 미래 중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고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인에 의한 기록이야 역사와 같이 자신의 의지나 통제 밖에 있지만 스스로에 의한 기록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록될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기록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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