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Kim Jan 11. 2024

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안녕하십니까?

상대방과 말이 잘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주체는 주로 말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이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고맥락 커뮤니케이션과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이처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간격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기준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상대방에게 “가급적 빨리 부탁한다”고 말한 상황을 떠올려보자. ‘가급적 빨리’라는 기준은 전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기준이다.


만일 말하는 사람이 ‘가급적 빨리’라는 기준을 ‘오늘까지’라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은 ‘내일까지’라고 생각했다면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 그 기준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문제다.


개인별로 커뮤니케이션의 스타일은 다르다. 이는 그동안 자신이 속해 왔던 문화나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대화 방식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사람마다 익숙하고 편안하며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존재한다. 그러니 자신의 기준은 그야말로 자신의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준을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은 불통(不通)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또 하나의 걸림돌은 말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기준을 상대방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또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이상 말하는 사람의 기준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것은 CF나 드라마 속에서는 가능할지언정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서로 간 오해를 방지하고 갈등을 야기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앞서 언급한 ‘가급적 빨리’라는 표현 대신 ‘오늘 오후 3시까지’ 혹은 ‘내일 오전 10시까지’ 등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다. 구체적이라는 것은 수치화하거나 계량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는 대명사의 사용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때 거기에 있었던 것은 저기에 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이른바 척하면 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알아듣기 어렵다.


이에 더해 말끝을 흐리는 것도 줄여야 한다. 말끝을 흐리게 되면 상대방은 그 때부터 추측과 추정을 해야 한다. 맞추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피곤해진다.


이와 관련해서 본다면 커뮤니케이션의 상대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미룰 일이 아니다.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 상대방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자신을 조금 더 많이 드러내 볼 필요가 있다.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을 빌어 설명하면 자신의 공개영역(open area)을 확장해보는 것이다. 공개영역이란 자신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상대방이 알고 있는 내용을 의미한다.


이 영역이 확장되면 될수록 자신이 숨기고 있는 영역(hidden area)과 스스로도 모르는 영역(blind area)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상에서 서로서로 상대방의 기준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오해나 갈등의 소지가 줄어들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자신의 공개영역을 열 것이지 닫을 것인지 혹은 어느 정도 열고 닫을 것인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말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다. 그리고 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전달된다.


이에 대해 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신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다운 삶을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