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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Mar 18. 2024

학회 편집위원장 직(職)을 마치며

반복된 아쉬움과의 결별을 기대하며

2022년 3월 A학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요지는 편집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학회의 편집위원장은 학회 내 여러 직책 중에서도 중책이다.


그래서 학회 내에서도 편집위원장을 비롯해서 편집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게다가 주로 대학교수가 맡는 직이기도 하다.


편집위원장은 학술지에 투고되는 논문들의 주제와 연구방법 등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이를 엄정하게 심사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및 교수 등 심사위원들을 선정한다.


이와 함께 심사결과에 대한 재확인 및 투고자가 심사결과를 반영해서 제대로 수정했는지 등에서도 검토를 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고된 논문을 반려해야 하기도 하고 기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도 살펴보게 된다. 우수논문상을 선정하는 자리에도 참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집위원장으로의 위촉에 마냥 기뻐하고 우쭐할 일만은 아니었다. 그 감정보다는 부담과 걱정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갖고 편집위원장으로서의 새로운 경험을 그리고 남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2년간의 편집위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먼저 지속적인 학습이 이루어졌다. 이는 거의 매월 투고되는 다수의 논문들을 그 누구보다 먼저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논문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와 관련된 현상과 현황은 물론, 연계된 이론과 연구방법 등을 자의반 타의반 계속 접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인과 함께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살펴보게 되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적인 관심의 영역이 확장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받은 심사결과를 보면서 접할 수 있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투고된 학술논문은 100%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된다. 편집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심사위원들은 투고자의 인적 사항을 전혀 알지 못하며 이는 투고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투고된 논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는 학문적으로 객관성이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의견이 필수적이고 근거도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같은 논문일지라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심사한 양질의 내용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관점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신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실천해 볼 수 있었다.


극소수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논문에 대해 개별적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조금 부드러운 심사위원으로의 배정을 부탁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처한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고 소위 말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적은 없다. 심사위원도 모르고 투고자도 모르는 것은 맞지만 편집위원장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심사위원을 배정했다. 일례로 투고자와 심사자의 학교를 달리 했고 직장도 달리 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심사를 분리했다. 그래야 모두가 결과에 대해 떳떳하기 때문이다.


한편 편집위원장으로서 후학에게 학문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도 발견했다. 이는 180여편이 넘는 논문에 대한 360편 이상의 심사결과를 살펴본 결과다. 이른바 논문작성시 고려사항이다.


게재가 가능한 논문의 일반적인 기준은 이미 각 학회별 홈페이지에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게재되는 논문들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그러나 게재가 되지 않거나 어렵게 진행되는 논문들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이유들이 나타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서론 부분에서 지적되는 내용들은 연구의 목적,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 설득이 약하다는 점이 많다. 그리고 최근 연구와 흐름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것과 함께 서론에서 제시되는 이론들에 대한 배경설명이나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론적 배경 부분에서는 각 변인 또는 변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요구하는 지적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는 해당 이론에 대한 요약이나 나열식 기술로는 부족하고 연구의 목적과 의도에 부합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방법 부분에서는 연구 및 측정도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확보와 관련된 지적과 함께 연구모형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의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아울러 각종 데이터에서 제시되는 수치의 오류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적 사항이었다.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는 연구결과를 중복 기술하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현장과 실무에서의 시사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또한 선행연구와의 비교 등을 통한 차이점 및 시사점 도출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많았다.


이상의 내용들을 정리해 본 것은 단 한 사람의 연구자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편집위원장이 전업은 아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 자리였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문을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간 9명의 편집위원님들과의 인연에 감사하고 전문성과 인품을 배울 수 있는 장이었다.


어느 조직에서든 어떤 역할을 수행하든지 간에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알맹이만 몇 가지 언급하면 조금 더 도와줄 수 있었는데, 조금 더 확장시킬 수 있었는데 그리고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등과 같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아쉬움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다. 편집위원장에 이어 다른 직에 위촉되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아쉬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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