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first aid)

나의 삶과 일, 응급처치만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by Dr Kim

전쟁영화를 보면 정말 다급하게 사람을 찾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으며 찾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의무병이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생명이 위급한 병사나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병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의무병인 것이다. 이들이 그토록 절박한 순간에 의무병을 찾는 이유는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응급처치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받지 않으면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행하는 간단한 치료로서 질병의 유형이나 발생과정에 관계없이 응급상황으로부터 환자의 생체징후를 안정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응급처치만으로 치료행위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응급처치 이후 행해지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응급처치가 비단 환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사회 곳곳을 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응급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코로나19를 비롯해서, 경제불황, 각종 사건 및 사고 등에 대해 보도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사는 것이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이 간다.


이러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나타나는 응급증상이며 처치가 필요한 것이다. 부상을 당한 사람은 경우에 따라 응급처치만으로도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보다 전문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응급처치가 곧 완벽한 치료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응급처치만으로 모든 치료행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방치나 다름없다. 이와 같은 방치는 응급처치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허탈할 정도로 정작 아무런 효과도 얻을 수 없다. 결국 생명을 살리는 일이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든 응급처치에 이은 근본적인 치료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개인이나 사회적인 문제 역시 응급처치 이후 근본적인 치료를 미루거나 안 되었을 때에는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 우리 자신과 주변을 잘 둘러보자. 개인에게 있어서 건강악화, 신뢰상실, 단절된 인간관계, 업무에 대한 미숙함 등은 지금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항이며 이 밖에도 개인에 따라 수많은 응급상황이 도처에 널려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예전에 응급처치라고 해 놓은 것을 지금껏 방치해 놓은 것은 없는지도 세세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있다면 반드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응급처치는 잘 했는데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혹은 이와 반대로 응급처치만 잘 했더라면 호전될 수 있는 상황을 놓친 경우를 수없이 접하게 된다. 물론 이 두 가지의 경우 모두 아쉬움과 후회만 남는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스스로 쓰는 일기도 좋고 친구나 부부간의 대화도 좋으며 독서도 좋다. 아울러 자신의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응급상황에 대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까지 구비해야 하며 이를 위한 투자와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만일 지금 당장 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시간이 필요하다면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소한 누구를 찾아가 어떤 도움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정도의 경로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가 다름 사람을 제쳐두고 의무병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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