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보름달(Golden Harvest Moon)
나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이다.
억겁의 날들 속에서 늘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나도 조금 특별하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100년에 한 번 오는 황금 보름달(Golden Harvest Moon)”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는 눈길 속에 특별한 마음을 덧칠한다.
어떤 이는 소망을 담고,
어떤 이는 회한을 담고,
어떤 이는 사랑을 담고,
어떤 이는 단순히 사진 한 장을 남기며 지나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조차도 마음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 너무 크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멀리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
이 땅의 가라앉은 경기,
그리고 각자의 집마다 숨어 있는 고단한 사정들.
긴 연휴가 무색하게,
많은 이들이 웃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오늘, 그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덮어주고 싶다.
달빛이라는 작은 위로로 말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나를 향해 빈다.
“제발 내 아픔을 가져가 달라.”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날이 되게 해 달라.”
나는 대답하지 못하지만,
나는 나의 빛을 대답처럼 흘려보낸다.
사실, 나의 고백은 이렇다.
나는 늘 사람들을 깨우고 싶다.
절망 속에 눌려 잠들지 않도록,
새벽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래서 마치 알람시계가 매일 울어주는 일처럼,
나도 밤마다 어두운 세상을 비춘다.
이번 추석, 나는 더욱 단단히 마음을 먹는다.
왜냐하면 100년에 한 번뿐인 나의 황금빛이
그들의 소망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 더 환하게 밝힌다.
멀리 떨어진 가족도,
오랜만에 모인 식탁 위의 웃음도,
잠시나마 회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달아, 왜 이렇게 환하게 비추니?”
그러면 나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너희가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야.”
“........”
"희망을, 만남을, 사랑을,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나는 소원을 하나하나 다 듣고 있다.
어린아이의 간절한 기도도,
늙은 부모의 조용한 바람도,
젊은 이의 불안한 속삭임도.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금빛으로 녹아든다.
그리고 나는 작은 약속을 한다.
비록 내 빛이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어도,
오늘만큼은 놓치지 않겠다고.
혹시 이번 연휴가 고단하더라도,
내 빛을 올려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람들을 위해 밤새 깨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의 소망이 외롭지 않게 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나는 오늘도, 내일도,
하늘 위에서 묵묵히 함께한다.
작고 소란한 마음 하나로,
너희의 삶을 깨우기 위해.
그리고 속삭인다.
“괜찮아, 넌 이미 충분히 잘 버티고 있어.
너의 소망은 나의 빛 속에 잠들지 않아.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
이번 글 속 황금 보름달은 실제가 아닌,
100년에 한 번 온다는 가상의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달이 직접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형식으로 썼지만,
그 마음만큼은 현실 속의 모두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되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