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컵 VS 텀블러
플라스틱 제품으로 글을 적으면 수십 개의 시리즈를 낼 수도 있을 만큼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널리 그리고 깊게 퍼져있다. 현대문명의 상징이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어버린 덕분에(?) 폐기된 플라스틱을 upcycle 또는 recycle 로 활용하는 기술이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플라스틱이지만 재활용이 어렵다.
왜 어려울까?
재질이 제각각이다. 크게는 PET, PS, PP가 있으며 다양한 업체에서 다양한 소재의 투명 플라스틱 컵을 만든다. 심지어 뚜껑은 PS, 빨대는 PP 소재다.
분리수거가 된 쓰레기는 선별장에서 소재별로 구분된다. 재활용이 잘 되려면 소재별로 정확히 분리돼야 하는데 다 투명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소재 구분이 불가하다. 바닥면에 쓰여있다 한들 한시가 바쁜 선별 현장에서는 구분이 어려워 아예 일회용 컵 자체를 선별하지 않는다.
선별장에서 선별되지 않으면 어디로?
일반 쓰레기로 간주되어 모두 소각된다고 한다.. 환경을 위해 깨끗이 씻어 말려 분리배출해도 지금으로써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2. 재활용이 된다 하더라도 높은 퀄리티의 재활용이 어렵다.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Original 플라스틱을 세척 후 잘게 잘라 flake라는 재생원료로 만들어 섬유나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Flake의 퀄리티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제품군이 달라지게 되는데,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사용된 원재료의 퀄리티는 매우 낮다. 특히 재활용이 많이 되는 소재인 PET가 플라스틱 컵의 90%를 차지함에도 생수병에 사용되는 PET 퀄리티보다 낮아 같이 재활용될 수도 없다.
3. 로고 등 인쇄가 들어간 플라스틱 컵의 경우, 당연히 어렵다.
Flake를 구입하는 기업들은 이후 자체 염색을 위해 투명한 색을 선호한다. 이미 로고 등 염색이 된 플라스틱의 색을 빼기 위해서는 화학공정이 추가되는데 이는 비효율적 공정일 뿐 아니라 재활용한 재생원료의 값을 더 오르게 해 가격경쟁력마저 떨어트린다.
그 외에도 길거리 투기 비율이 높아 도시 미관을 해치고 공공의 관리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2022년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도입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란 - 소비자가 카페에서 일회용 컵으로 테이크 아웃 시, 소비자가 100원~200원 사이 보증금을 납부하고 판매점으로 다시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이다.
이렇게 동일한 소재가 모이게 되면 선별 작업이 최소화되고 재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맞게 재활용 인프라 구축을 기대해볼 수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소재 단일화로 선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2018년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시작으로 작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테이크 아웃 해야 할 땐 텀블러를 챙겨가고, 텀블러가 없는 날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카페에서 마셨다.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인이라 여유 있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다는 것이 부담이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챌린지를 통해 여유는 만들어 내는 것이며 길지 않은 시간에도 큰 여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덤으로 배우기도 했었다.
또 사무실에서 가까운 카페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컵을 들고 가기도 했는데 이러한 도전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작게나마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기분만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면 모두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는 점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효과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분리배출 열심히 하면 쓰레기는 어떻게든 잘 처리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다. 당연히 투명한 플라스틱이니까 그나마 활용도 높은 소재일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카페에서 갖고 나온 테이크아웃 컵은 집에서 깨끗이 씻어 말려 분리배출을 한다 해도, 결국, 소각될 것이다.
참고자료
'아이스커피 컵 단일화가 필요해'https://h2.khan.co.kr/201708031419001
서울환경연합 '일회용컵 보증금제'https://youtu.be/Gd0sSM6dO2w
브런치에서 재밌는 글을 읽었다. 한 번쯤 생각해봤을 '분리배출한 일회용컵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에 시작한 여행기가 있다. https://brunch.co.kr/magazine/trashtra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