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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ONG May 28. 2022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

반려견과 꽃을 즐기는 방법


온전히 봄을 지나 여름으로 들어서는 오월 말의 산책은 즐겁다. 추운 날이 지나고 따뜻하다 못해 후텁지근한 날이 오면 자연스레 똘이와 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어난다. 다행히 집 근처에는 햇볕이 따갑지 않고 언덕과 산이 번갈아가며 그늘을 만든 길이 여럿 있어 기분 좋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이 내는 소리를 오롯히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똘이는 빼꼼 올라온 새순이며, 꽃이며, 흙이며 심지어 살랑 부는 바람의 냄새까지 온 마음 다해 즐긴다. 씰룩거리는 코로 오월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똘이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은 것이 분명해!


똘이가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목적은 냄새를 맡는 것이다. 내 강아지에게 산책을 하면서 냄새를 맡은 일은 아주 중요한데 후각으로 소통하고, 후각을 통해 온갖 정보를 습득하는 똘이는 냄새를 맡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많은 종류의 냄새를 받아들일 때 피로감은 말도 못한다. 하지만 우리집 이십팔키로 멍멍이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재밌는 놀이라 분주한 코 움직임을 멈추게 하면 안된다. 돈 스탑 무빙! 옆 동네 검둥이 냄새도 맡아야 하고, 몇 분 전 지나간 아저씨가 누군지도 알아야 하며, 매번 다니는 산책길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도 외워야 한다. 꽤나 진지하게 냄새를 맡는 일에 몰입하는 똘이를 보면서 가끔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냄새가 나는 거야? 얼마나 좋은 냄새가 나길래 저렇게 매번 코를 박고 집중할  있을까'

그리 생각하면서 같이 냄새 맡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똘이가 좋아하는 냄새와 내가 좋아하는 냄새는 너무도 다르니 지렁이 시체에 몸을 비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와중에 겹치는 취향이 존재했으니 오월의 산책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꽃이다. 추운 기운이 물러가고 봄바람이 불면 피어나 존재감을 뽐내는 꽃을 만나는 일은 설렌다. 다행이다. 겹치는 취향이 있어서. 단,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맡는 꽃향기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몇 가지 꽃에게는 다가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산책로나 환경 미화를 위해 조성한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철쭉, 튤립, 수선화는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다.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를 아이들에게 독성을 가진 꽃을 먹을 위험성은 배재할 수 없어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어도 호흡기가 약하거나 그날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예쁘지만 치명적인 저 꽃들은 멀리 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 낭만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꽃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편인 나는 꽃시장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마음에 드는 꽃을 한 다발 주문하곤 하는데 생각보다 고르는 기준은 신중하고 까다롭다.

'계절에 맞는 제철 꽃인가? 그리고 우리 할미가 다가가도 무해한 꽃인가?'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꽃만이 집 현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아 사이트 내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판매처가 많아져 한시름 덜었다. 똘이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자유, 꽃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기회를 뺏지 않아도 되었다. 산책길에서 화병까지 이어진 꽃내음의 향연은 집안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꿨다. 동시에 똘이의 코가 다시 바빠진다. 올해도 여전히 똘이는 꽃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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