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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머치토커 Jun 09. 2019

이란이 있는데, 아시아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악연? 선의의 경쟁? 들어봐야 알 수 있는 이란과의 축구 이야기

 아시아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어느 나라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가장 많이 출전했고, 성적도 가장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그냥 우리나라니까 소위 말하는 국뽕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나라,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와 역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호주를 상대로도 우리나라는 열세이지만, 아시아 대륙 배정 전 기록이 포함되어 있어 제외)는 어디일까요?

 바로 이란인데요. 6월 11일 화요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란과의 평가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2017년 월드컵 예선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이란과의 A매치에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계실 텐데요. 저도 당연히 그렇고요. 모든 경기가 그렇겠지만 특히 이란은 꼭 이겼으면 하는 바람일 거예요. 왜 이란은 꼭 이겨야 해? 일본이 아니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오늘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악연이거나 혹은 선의의 경쟁일 수 있는 이란과의 축구 이야기를 해볼게요.





숫자로 봐도 우리나라가 최고일까?


 국가별 축구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치가 있지만, 그중 가장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것을 말하자면 FIFA 랭킹일 텐데요. 잠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뭐 사실 그렇습니다. "누가 누가 잘하나" 확인하려면 줄 세우기가 짱이잖아요? (물론 그게 싫어서 이전 직장을 때려치웠지만 말이죠^^;;) 똑같은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의 실력을 평가하는 FIFA 랭킹이 딱 줄 세우기가 아닐까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얘기를 하다 보니 진짜 그렇네요 이란은 2019년 4월 랭킹에서 21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그 뒤로 일본이 26위, 우리나라는 37위네요.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강이라고 말하는 게 어째 조금 민망해지네요.


 줄 세우는 건 너무 올드하기도 하잖아요? 각자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누가 많이 이겼는지 직접 비교하는 게 제일 좋을 수도 있죠. 그래서 이란과 대한민국의 역대 전적을 한 번 봤어요.

 9승 9 무 13패 (성인 남자 축구 기준). 여기서도 졌네요^^;; 실제로 대한민국이 이란을 상대로 승리한 마지막 경기는 201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8강전 경기였습니다. 무려 8년 전이죠. 당시 연장전에서 터진 결승골로 1:0 승리했으니 전, 후반 90분 경기로 승리를 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2005년까지 가야 합니다. 무려 14년 전까지 말이죠.


 (축구팬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싫은 또 한 가지는 아직까지 이란 원정에서 우리나라가 승리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란의 홈 경기장,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는 어느 팀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10만 명이 넘는 남자 관중(이란은 여성이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찬 곳에서 원정팀이 정상적인 경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총 여섯 번의 원정 경기를 하면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아시아 국가가 있다는 게 우리나라 축구팬 입장에서는 아주 쬐~끔은 굴욕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징크스를 믿는 편 그리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만은 하루빨리 깨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란이 우리한테 주었던 대굴욕 두 가지


 몇몇 숫자와 함께 우리나라 축구사에 이란과 연관된 아주 굴욕적인 두 가지 사건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1996년 아시안컵 대참사입니다. 당시 어렵게 조별 예선을 통과한 대한민국은 다른 조 1위로 올라온 이란과 8강전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란에는 알리 다에이라는 탈아시아급 공격수가 있었습니다. 알리 다에이는 당시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할 만큼 실력 있는 선수였으며, 지금으로 치면 손흥민... 보다는 조금 못한? 정도의 선수였는데요. 이 선수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기록 중 하나는 바로 A매치 최다골 기록입니다. 총 109골로 국가대표 경기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로 아직도 남아 있죠. A매치 100골 이상은 호날두나 메시도 달성하지 못한 대단한 기록이며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1996년 그 날로 돌아와서, 우리나라는 이란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선전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결과는 2:6 대한민국의 패배. 당시 알리 다에이는 무려 네 골을 넣으며 대한민국 수비의 혼을 빼놓았고, 그 경기를 끝까지 보고 있던 저도 혼이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나라가 90년대 이후 한 경기에서 6골을 실점한 것은 2016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6으로 패하기 전까지 무려 20년간 유일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아시아 내에서는 최다 실점을 기록한 나라 그리고 경기로 남아 있죠.

지금도 믿기지 않는 스코어(좌) 그리고 알리 다에이(우)

 이란과의 악연 두 번째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건데요. 아마 다 읽고 보면 누구나 진짜 비매너라고 생각할 거예요. 2104년 남아공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이란이 우리나라에게 1:0으로 승리한 이후,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한국 벤치를 보고 주먹 감자 소위 뻐X 를 날렸어요.

얘는 왜 이러는 걸까요??;;;

저게 다예요. 근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이해가 안 되네요. 관종인가? 왜 저랬을까요? 모든 스포츠에서는 경기가 끝나고 감독끼리 악수를 주고받고 승자와 패자가 서로 위로와 축하를 건네는 게 당연한 건데요. 당시 경기는 우리나라의 홈경기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는데요. 주먹감자 사건 이후로 오히려 일본보다 이란을 우리나라의 주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란과의 악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었지만, 사실 이란은 축구 잘해요. 유럽과 인접한 지리적인 이점으로 체격과 플레이 스타일 모두 유럽과 비슷하죠. 그래서일까요? 이미 농구, 배구, 핸드볼처럼 체격이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대한민국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유럽에 약한 우리나라가 고전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란은 아시아 내에서 크고 작은 대회, 중요한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6월 11일에 있을 평가전은 중요한 의미라고 볼 수 있겠어요. 이제는 선수들도 그리고 응원하는 우리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통쾌한 승리로 경기를 마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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