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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머치토커 May 20. 2019

하마터면 챔스 결승을 못 보고 잘 뻔 했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꼭 봐야 하는 두 가지 이유.

새벽 4시,

 감수성이 가장 풍부해진다는 시간으로부터도 무려 2시간이나 지난 깊은 새벽. 이 시간을 매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1년에 한 번 유럽 축구 클럽팀 중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6월 2일(일) 새벽 4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리버풀과 토트넘의 승부로 펼쳐집니다. 결승전은 매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무려 2억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시청하는데요. 이는 열광적인 인기를 가진 대표적인 스포츠, NFL(북미 미식축구 리그) 결승인 슈퍼볼의 시청 인원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챔피언스리그가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유럽 최고(곧, 세계 최고)의 클럽팀을 결정하는 경기이기 때문이죠.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의 꿈인 유럽 축구 무대, 그중에서도 각 나라 리그의 상위권(최대 4위까지, 일부 국가는 리그 1위를 해도 별도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됩니다.) 팀들끼리 자웅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챔피언스리그 결승 그리고 우승 트로피 ‘빅이어’를 경험하는 것은 일부 구단 및 선수에게만 허락된 영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번 2018-201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 간의 경기이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이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죠. 이 밖에, 이번 결승에 진출한 두 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박지성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


 20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대한민국 축구팬들이 제대로 낚였던 경기로 기억됩니다. 당시 결승에 진출한 팀은 박지성이 맹활약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제가 애정 하는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결승에 진출하자 박지성의 결승전 출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는데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는 최초의 한국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큰 역할을 했던 박지성이었기에 결승전 출전 선발이 아니라 교체라도 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었죠. 수비형 윙어로 팀 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역할이었고, 일 년에 딱 한 경기로 우승컵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만큼 수비적인 경기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랬죠. 경기를 라이브로 보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저도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던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경기를 30분 앞두고 발표한 출전 선수 명단을 보고 그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습니다. 선발은 그렇다 치고 교체 명단에도 박지성의 이름이 없었던 거죠. 무려 명단 제외... 맛집에서 몇 시간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서 재료가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정도랄까? 아니, 훨씬 심했어요.

이봐 퍼기, 당신은 나한테 모욕감을 줬어 (출처:gettyimageskorea)

 결과적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으로 끝났으니 상대팀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변칙적인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우리나라 축구팬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죠. 당시 출전 명단 제외 통보를 받은 박지성이 한국어로 욕을 했다고도 하던데, 본인의 상실감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고요. 이후 박지성은 2009년과 2011년에 챔스 결승 무대를 밟으며(단, 모두 준우승...) 자신과 팬 모두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는데요.

 

 토트넘의 손흥민이 결승전에 출전한다면 박지성 이후 8년 만에 결승전에 출전하는 한국인이 됩니다. 출전 가능성은 당연히(?) 높은데요. 손흥민은 올해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할 만큼 활약이 뛰어났으며,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고전 끝에 아약스에게 홈에서 0:1로 패했던 만큼 팀 내에서도 대체 불가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8년 만에 꿈의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또 맛집에 줄을 서 볼 예정입니다.

가즈아~쏘니!! (출처: 토트넘 훗스퍼)



챔스 토너먼트는 180분짜리 경기라는 것을 보여준 기적 같은 4강전


 축구는 전, 후반 90분 경기로 승부를 가리지만, 챔피언스리그는 흔히 180분짜리 경기로 불립니다.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진행하는 토너먼트에서는 두 경기 결과를 합산하여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결정하는 것과 특히, 원정골을 우선하는 산정 방식 때문인데요. 원정골을 우선하는 방식은 1, 2차전 합산 결과가 동일한 경우 원정 경기에서의 득점에 +1을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1차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긴 팀이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지더라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죠. 골득실 합산은 2:2로 같지만, 원정에서 기록한 한 골에 +1을 해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어렵죠? 챔스를 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홈구장의 일방적인 응원과 원정팀의 장거리 이동 때문에 생긴 장치일 텐데요. 이러한 방식 덕분에 끝까지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꿀잼 경기가 많이 나오고는 합니다. 이번에 결승에 진출한 리버풀과 토트넘 모두 소위 “OOO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기를 통해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위에서 예로 설명했던 원정골 덕분에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한 팀이 바로 토트넘인데요.

우린 스페인으로 간다~! (출처: 토트넘 훗스퍼)

 런던에서 펼쳐진 아약스와의 1차전 홈경기에서 0:1로 패한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두 골차 이상의 승리 또는 골을 많이 넣는 다득점 경기가 필요했죠. 그런데 암스테르담 원정으로 펼쳐진 2차전에서 전반에만 0:2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하려면 후반 45분 동안 최소한 3골이 필요했죠. 경기의 흐름과 원정임을 감안했을 때 거의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후반전, 루카스 모우라의 믿기 어려운 해트트릭으로 3:2 역전승을 거둡니다. 1, 2차전 합산 스코어는 3:3으로 같지만 원정골에서 앞서(토트넘 2골, 아약스 1골) 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결승 진출을 결정지은 세 번째 골은 후반전 추가 시간 마지막 공격, 마지막 시간에 들어갔죠. 탈락한 야악스로서는 두 경기 180분을 모두 이기고도 추가 시간 몇 분을 버티지 못해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축구가 좀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토트넘의 결승 상대 리버풀 또한 믿기 힘든 승리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원정으로 치러진 1차전에서 무려 0:3으로 패하게 됩니다. 상대는 메시가 이끄는 세계 최강의 클럽, 이번 시즌에도 프리메라리가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결정하기도 한 바르셀로나였기에, 경기 후 리버풀의 결승 진출을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안필드에서 펼쳐지는 2차전 홈경기에서 네 골차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했기 때문인데요. 막강한 공격력의 바르셀로나에게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고 말이죠.

이대로 집에 가야 하는 거... 실화냐...

 그런데 이 어려운걸 리버풀이 해냈습니다. 2차전 홈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하며 보란 듯이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경기 결과는 축구팬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믿기 어려운 것이었을 텐데요. 네 번째 골을 허용할 당시 메시의 표정이 당시의 상황을 너무 잘 보여주네요. 각각 암스테르담과 안필드의 기적을 완성한 토트넘과 리버풀이 어떤 꿀잼 경기를 하게 될지 또 다른 기대감으로 맛집에 줄 서야 하는 이유를 하나 추가했습니다.

 


6월 2일 새벽 4시를 기다리며...


 챔피언스리그는 한 해 동안 달려온 유럽 축구 리그를 마무리하는 경기입니다(물론 2달 뒤면 다시 리그가 시작되긴 합니다만). 어느 스포츠, 어떤 일이든 마지막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겠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사상 처음 진출한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고도 우승을 놓친 리버풀 중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그들이 결승까지 걸어온 이야기들로 축구팬 사이에 오래 회자될 시즌일 것입니다.

 저도 그 이야기의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해 한 손에는 맥주, 다른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기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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