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고로 이 글은 독후감을 쓴 후기가 되겠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려운 책이다. 뭐가 어렵냐 하면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
먼저는 저자인 룰루 밀러의 인생부터 시작해 밀러가 쫓았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 룰루 밀러의 아버지, 언니 등 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 각각이 사연이 있고 서사에 깊게 관여하기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게 다는 아니다. 분류학이라는 과학적 요소도 들어간다. 분류학자들이 어떻게 고기를 채집해 방부 작업을 하는지 나름 꼼꼼하게 묘사가 돼 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물고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뒤틀린 분류학인 ‘우생학’도 있다. 우생학은 인류를 우등과 열등으로 나누는 일종의 ‘민족주의’ ‘파시즘’인데, 자유민주주의의 정반대 사상이다. 때문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연과학’ 카테고리지만 정치적 메시지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개인의 서사와 분류학적 지식, 정치적 올바름까지. 룰루 밀러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통해 많은 것을 챙겨가려는 욕심을 부렸다. 욕심만큼 실력이 뒤따랐기에 평론가들에게 일부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다수에게 쉬운 책은 전혀 아니다.
어려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책이 어려웠으니 당연한 얘기다. 어렴풋하게 이해했지만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글을 쓰면서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결론을 내는 게 중요했기에 일단 글은 썼지만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라고 하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책이 어렵고 정리가 잘되지 않지만 어렵다고 말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아는 척을 하고 싶다’ ‘무지를 숨기고 싶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칭찬받고 싶다’ 등.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모른다고 말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