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34)
가끔 글이 쓰기 싫을 때가 있다. 할 말이 없을 때가 그렇다. 아니, 별 생각 없을 때가.
생각이 없으니 말도 없고 당연히 글도 없다.
인스타로 남들이 뭐하고 사는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한다.
그럴 땐 그냥 쉬면 좋을텐데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도 느끼는 압박. 그걸 강박이라고 했던가.
강박에 사로 잡혀있으면 처음엔 부정하다가 다음은 몸부림치고 결국은 고장나버린다.
기계도 가끔 쉬어줘야 하는데 나 자신에겐 고장날 때까지 야박한 편이다.
나는 그렇게 야박해서 무엇을 얻었던가. 과호흡과 가벼운 공황이 아니었던가.
미련하고 미련하도다. 이보다 더 미련할 수 있을까.
그래, 여유를 갖자. 내가 글 안 써도 세상은 잘 돌아가리라.
난 미련하니까.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