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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Oct 11. 2024

아이는 타임머신을 타지 않겠다고 한다.

지금 한창 밖이 소란스럽다. 아들이 다니는 집 앞 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일하게 아이가 신나서 학교로 달려가는 날이기도 하다. 다른 날은 가기 싫어서 느릿느릿. 부모는 갈 수 없는 체육대회. 집에서 소리로만 듣는다. 조금 아쉽고 궁금하다. 옛날 운동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제 아이가 주제글쓰기를 하는데 '타임머신을 한 번만 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미래? 과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주제였다.


아이가 열심히 써 내려간 글을 읽기는 쉽지 않다. 초등3학년인데 아직 맞춤법, 띄어쓰기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이기에 매의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읽고 생각이 

'아이가 왜 이렇게 현실적이지?' 

'미안하다. 슬프다.'


아이는 타임머신을 타지 않겠다고 한다. 미래로 가면 무섭기 때문이다. 100년 후로 가서 지구가 오염되어 물도 음식도 없고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단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날아다니는 차를 상상하며 미래로 가보고 싶다고 했을 텐데.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미래=지구오염, 미래=지구종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는 미래. AI가 세상을 조정하고 이상기후는 점점 심해질 것이며 썩어가는 지구가 아이 머리에 박혀 있다. 만 8살짜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왜 이리 어두운지. 밝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사실 모르겠다. 내가 어른인 게 부끄럽고 몸만 늙었지 감히 어른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미래에 쓰레기만 남겨준 인간이 무슨 어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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