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밖이 소란스럽다. 아들이 다니는 집 앞 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일하게 아이가 신나서 학교로 달려가는 날이기도 하다. 다른 날은 가기 싫어서 느릿느릿. 부모는 갈 수 없는 체육대회. 집에서 소리로만 듣는다. 조금 아쉽고 궁금하다. 옛날 운동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제 아이가 주제글쓰기를 하는데 '타임머신을 딱 한 번만 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미래? 과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주제였다.
아이가 열심히 써 내려간 글을 읽기는 쉽지 않다. 초등3학년인데 아직 맞춤법, 띄어쓰기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이기에 매의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이
'아이가 왜 이렇게 현실적이지?'
'미안하다. 슬프다.'
아이는 타임머신을 타지 않겠다고 한다. 미래로 가면 무섭기 때문이다. 약 100년 후로 가서 지구가 오염되어 물도 음식도 없고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단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날아다니는 차를 상상하며 미래로 가보고 싶다고 했을 텐데.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미래=지구오염, 미래=지구종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는 미래. AI가 세상을 조정하고 이상기후는 점점 심해질 것이며 썩어가는 지구가 아이 머리에 딱 박혀 있다. 만 8살짜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왜 이리 어두운지. 밝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사실 모르겠다. 내가 어른인 게 부끄럽고 몸만 늙었지 감히 어른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미래에 쓰레기만 남겨준 인간이 무슨 어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