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_올리버 색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나 박주영의 <어떤 양형 이유>를 읽으면 '일'이 바로 그 자신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일을 새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문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놀랍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직업임에도 환자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하는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4년 전에 읽고 이번에 두 번째로 읽었는데 오히려 지금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의 증상이 점차 안 좋아지시는 걸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이런 책이 더욱 몰입이 된다. 이 책은 39년 전에 쓰인 책인데 아직도 치매는 나을 수 없는 병이다. 환자들이 기억을 잃으면 그들의 영혼도 잃은 것일까. 올리버 색스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가 환자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방금 전에 한 말이나 행동을 바로 잊어버리는 '순간'을 사는 환자도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만큼은 그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연속성이 보인다. 혹은 자연 속에서 식물을 관리하고 가꿀 때 익숙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뇌가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몸이 기억을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영혼이 기억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환자라기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모든 증상과 사례들을 관찰하고 치료해 나간 저자가 존경스럽다.
시어머니의 증상이 얼마나 더 나빠지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영혼은 아름다운 일생과 사람들을 다 기억하고 계시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치매가 치료 가능해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