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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Nov 30. 2021

전문가란 무엇일까?

신입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신입직원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면 재미있게도 신입직원들이 전문지식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강하고, 전문가적인 모습으로 빨리 성장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처음 입사하면 모르는 것투성이고, 그러다 보니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보다는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많고, 그럴 때 팀 분위기가 너그럽게 알려주는 분위기가 아닐 경우에는 뭐 하나 물어보는데도 수십 번을 고민하면서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신입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어서 빨리 성장해서 나도 저 선배처럼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혼자서 척척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진다. 이러한 성장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서 신입직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지식과 전문가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입직원이 생각하는 전문 지식이나 전문가적인 태도는 단기간에 외워서 해결되는 테크닉적인 부분이 아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선배들의 멋진 모습은 대부분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상황들에 대한 대처 경험들이 쌓여서 생기는 여유다. 즉, 경험치의 문제인 것이다. 

물론, 자신이 속한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대부분 회사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교육이나 자료들을 신입직원에게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그 기본 지식을 어떻게 소화하고 적용할지는 이제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잘 소화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자신의 경험치를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많이 시도해 봐야 한다. 게임으로 생각하면 쉽다. Level 1. 에서 Level 10. 까지 올라가려면 각 단계마다 수행해야 하는 미션들을 달성하면서 단계를 밟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죽기도 하지만 끈기와 때로는 오기로 다시 도전하면서 원하는 레벨에 달성할 때까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직원이 한순간에 베테랑이 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직원이 똑같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가끔 그런 경우들을 봤을 것이다. 같이 들어온 신입직원들 중에 누구는 굉장히 빨리 적응하며 금방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누군가는 굉장히 더디고 거의 멈춰있는 것 같은 모습들을. 이들이 동일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들이 경험하는 경험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직원들 중 전자에게는 입사해서 경험하는 것들이 이전에 자신이 경험해왔던 것들과 비슷하여 입사 후 맞닥 드리는 새로운 상황에 쉽게 대입할 수 있는 경우라 볼 수 있다. 또 개인의 관심사나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극복하는 방식이나 속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Level 1. 에서 Level 10.으로 한 번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각자의 시간 안에서 반드시 중간 단계를 밟아야만 한다.


신입직원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네게 주어진 상황을 잘 처리해 나가면 어느 순간 Level 10. 에 올라온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만약 Level 10.으로 빨리 가고 싶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상황을 내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잘 기억하고 다음번에 어떻게 다르게 시도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찰할 것. 그것들이 쌓여서 너 자신만의 노하우가 된다.  


그런데, "전문가"에 대해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전문가란 무엇일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순히 많은 경험치가 쌓이면 전문가가 되는 걸까? 

"전문가"는 영어로 하면 "Professional"이며 우리는 줄여서 '프로'라고도 부른다. "전문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일에 종사하여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인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프로' 혹은 '프로의식'은 단순히 이 의미만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프로라고 불리는 운동선수들을 생각해 보자. 브래드 피트가 주연인 영화 <머니 볼>에서 우리는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야구팀 단장인 브래드 피트가 자신의 부사수에게 팀 선수에게 어떻게 해고 통보를 할지 알려주는 장면이 있다. 해고 통보를 할 때, 만약 선수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더 잘해 보겠다고 애원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상황극을 하는데 부사수가 어물거리면서 잘 대처를 못하자, 브래드 피트가 이야기한다. 

"걔네들은 프로야,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필요 없어. 머리에 총을 한방 쏠래? 가슴에 총 다섯 방을 쏠래?"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내가 머리에 총을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게 프로지. 어떤 결과가 나오던 그 결과에 승복하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바로 냉정하지만 프로의 세계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프로란, 내가 어떤 삶을 살던, 내 개인 성향이 어떻던 상관없이, 내가 일을 하러 갔을 때는 그 일에 걸맞은 태도와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진짜 프로라고 생각한다. 가끔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어떤 개그맨이 개인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코미디 프로에서 사람들 앞에서 웃겨야 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가수 혹은 배우가 개인적으로 안 좋은 사정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끝까지 자신의 업무를 끝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들의 프로의식이 빛나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본인이 프로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과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승무원이나 호텔리어 같이 서비스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평소 화장을 잘 안 하고 편한 차림으로 있는 걸 좋아하더라도, 근무를 할 때만큼은 완벽한 그루밍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처럼 일을 할 때는 그 직종이 원하는 역할과 태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본인의 삶과 업무의 괴리감이 너무 크고 그렇게 맞춰야 하는 것이 너무 괴롭다면 그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직종이 잘 맞는지 모르겠을 때, 그 일을 할 때 즐겁냐 안 즐겁냐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그 직종 특유의 요구하는 역할과 태도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도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으면, 포기하는 것도 용기 있는 선택이다. 괴로워하며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직종에서 프로가 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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