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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런 저런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하기 싫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하기 싫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거나 '할 수 없는 걸' 하기 싫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나의 기준이 너무 완고하고 굳어져 있다 보면 하기 싫다라는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할 수 없다로 결론 짓게 되고, 할 수 없는 걸 되뇌이다가 결국 하기 싫은 걸로 치부하게 돼서 괜한 자책감을 키우기도 하구요.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일어나지 말고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잠을 깰 수 없는 건 다른 지점이지만 미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일어나기 싫다는 마음으로 더 자는 게 계속되다 보면 나는 일어날 수 없다 라고 흐르기도 하더라구요.
또한 회사에서도 하기 싫은 일이 떨어졌을 때 하기 싫은 마음의 벽이 너무 크다 보면 '할 수 없어', '난 못해'로 흐르기도 하구요. 반대로 할 수 없는 일을 시켰을 때 이를 잘못 받아들여 하기 싫은 일로 여겨 힘들게 일을 하면서 맘과 몸이 고생만 하고 '내가 하기 싫어서 결국 못했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짓기도 하구요.
의사 선생님은 이런 흐름에서 '불안'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얘기하시던데요. 내가 통제하지 못하거나 힘든 상황에 들어가면서 느끼는 불안이죠. 생각해보면 제가 하고 있던 습관성 작동은 '하기 싫은 것'과 '할 수 없는 걸' 대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지점과 통제하기 힘든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 버려 다른 불안을 같은 불안으로 받아들이고, 하기 싫은 것과 할 수 없는 걸 '모두 할 수 없는 걸'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나도 몰레 스리슬쩍 간는 거였습니다. '하기 싫은 것'은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은 교집합인데 어느 한 쪽의 부분집합으로 여기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던 거죠.
여기에서 필요한 게 타협과 정치라고 하는데요. 하기 싫은 것에 대해 '하기 싫지만 그래도 이건 해야 해'의 영역을 어디까지 둘 것인가. 이를 어떻게 넓혀 나갈 것인가. 그리고 할 수 없는 걸 '하기 싫어' 라고만 받아들이는 마음을 다독여 '이건 할 수 없는 거야'라고 정정하는 작업일 것 같은데요. '하기 싫지만 할 수 있는 거니 어디까지는 내가 한다.'와 '할 수 없는 거니 내 손 밖에 있는 거야'라고 마음과의 타협이 필요하구요. 어디까지 할 지와 어느 걸 먼저 할지 등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건 크게 보면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는 스스로에게 '칭찬'과 '보상'을 줌으로써 풀어나가야 할 거 같구요, 후자는 그럴 필요 없다는 '위로'와 '안전감'을 줌으로써 해결해야 할테구요.
오늘의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의 '그대에게'를 골랐습니다. 가사 속 그대가 내 여러 자아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들으면서 전 위로를 받았는데요, 연휴 끝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작은 따뜻함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믹스테이프는은 웃으면서 안아주는, 살짝 기분 좋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노래로 엮어 봤습니다. (듣기)
- 강아솔 & 임보라 트리오 / 눈 내린 새벽
- 김수영 / 사랑하자
- 달동네왈츠 / 우리의 희망은 여기야
- 양창근 / 오래된 마음
- 조소정 / 못갖춘 마디
- 적재 / 한마디 (feat. 조원선)
- 프롬 / 달의 뒤편으로 와요
- 하비누아주 / 청춘
- 크라잉넛 / 우리들은 걷는다
- 오열 / 강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