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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웨지니 Jun 23. 2021

내 다음 일터는 어디일까 - 1. 이직의 조건

링크드인에서 이직 제안을 받다


올해 1월, 링크드인을 통해 처음 이직 제의를 받았다. 링크드인에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지 반 년여가 지났을 때였는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무척 신기했다. 정말 링크드인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라는 기분. 


그런데 첫 물꼬를 트기가 무섭게 다들 어디서 내 프로필을 그렇게 발견하는지, 링크드인으로 수많은 일촌 신청과 메시지가 들어왔다. 정말 다양한 회사의 인사담당자와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안이 쏟아져서, 얼마 지나니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실제로, 그들은 수많은 이름 모를 마케터들에게 대부분 무시당할 각오를 하고 뿌리는 메시지일테니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기는 하다.)


처음에는 참 궁금하기도 했다. 프로필을 올리고 반 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왜 갑자기 제안이 마구 들어오기 시작한 걸까? 연초에 채용을 하는 기업이 많아서일까도 생각했는데, 6월에 이르도록 꾸준하게 제안이 들어오는 것을 봐서 이런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추측건대 첫번째로, 링크드인에서 10-20명 이상의 일촌이 생기면서 내 프로필이 리쿠르터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었을 수 있겠다. 가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들어온 일촌신청을 수락하면서 일촌 수가 10-20명이 되어간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점점 더 많은 일촌이 생기고 링크드인에서 네트워킹도 잦아졌으니 더 노출이 잘 되었을 테고. 두번째는, 올해 들어 현직장 재직기간이 만 2년이 넘어간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에서 2년이면 슬슬 이직 제안에 솔깃해질 만한 시기다. 그래서 리쿠르터들이 더 연락을 주는 게 아닐까. 세번째로는, 일한지 만 4년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이 딱 시장에서 인기 있을 때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여러 기업에서 찾아주는 지금이 좋은 거지. 


처음 제안들을 받기 시작한 연초에는, 이직을 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현직장에서 더 해보고 싶은 일들도 있고, 2년간 쌓아온 신뢰와 유대감을 기반으로 즐겁고 편안하게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중순 쯤에는 성장을 위해 이직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링크드인에서 잘 나가는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제안이 들어오면 솔깃하긴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결국 일렁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이력서를 준비하여 한 회사에 보내버렸다. 3월이었다.


그렇게 한 회사에 지원하면서, 갑자기 이직 프로세스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첫 회사에 지원하고 나서, 나는 갑자기 채용플랫폼에 올라온 마케터 채용 공고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만약 딱 한 군데 회사에 지원해서 덜컥 옮기게 된다면,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를 더 좋은 기회들을 살펴보지도 않은 게 영 아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라온 채용공고 중에 두 군데, 흥미로워보이는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했다. 그뿐 아니라, 링크드인에서 나에게 접촉해온 회사 중에 평소 눈길 가던 곳이 있어 추가로 두 군데 더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총 다섯군데에 이력서를 넣었고, 열심히 준비한 이력서가 다행히 괜찮았던지 줄줄이 면접이 잡혔다. 




이직은 이직이고, 스웨덴은 가야겠고


나는 사실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 지원자였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고르는 기준은 명확했는데, 우선은 내가 사용자로서 관심이 있는 서비스여야 했고, 두번째는 1인 마케터로 혼자 고군분투하는 데 지쳐버린 나에게 단 몇 명이라도 함께할 마케터 팀원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팀장이든 동료든 후배든..) 세번째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문화를 가진 곳이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사 후 스웨덴에 다녀올 수 있게 연중 3개월 정도 해외 원격 근무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했으니 이 점이 고비였다.


작년에 코로나를 뚫고 스웨덴에 간 게 7월, 스웨덴에 사는 우리 언니, 그리고 남자친구 섬이와 만나 여름을 함께 보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오니 또 못 본 지 반 년이 넘어가, 조만간 스웨덴에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원래 올해 여름에는 남자친구가 한국으로 건너오기를 꿈꿨었지만 한 해가 지나도 코로나며 다른 상황은 변함이 없고, 이번에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길은 내가 스웨덴으로 건너가는 것뿐. 그런데, 지금 이직을 하면 스웨덴엔 어떻게 가냐고.  


지금 회사에서는 내 개인사정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주어 작년에 3개월간 스웨덴으로 건너가 원격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다만  우리는 10-20명 구성원의 작은 스타트업이다보니 팀원 한 사람의 역할이 커서 쉽게 대체될 수 없고, 함께 일한 시간이 있어 서로간의 신뢰와 라포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현직장에서라면 올해 또 한 번 스웨덴에서 지내며 원격 근무를 하는 게 어렵지 않겠만, 지금 이직해서 새 회사에 들어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갓 입사한 회사에 그런 이야기를 해서 받아들여지기가 쉬울 리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입사 전부터 원격근무 조건을 달고 들어가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모든 건 그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재택근무를 충분히 경험했거나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수두룩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정도 원격근무를 하겠다는 게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조건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그들이 나를 정말 맘에 들어한다면. 


그래서 규모가 너무 커서 직원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줄 유연성은 기대하기 힘들거나, 코로나 시대에도 재택근무 한 번 안 해본 것 같은 회사는 피했다. 그렇게 링크드인으로 들어온 제안과 채용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를 다 훑어서 나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를 찾고 찾아 다섯 군데에 지원한 것이었다. 


2년 넘게 스타트업의 1인 마케터로 일하면서, 다른 마케터와 나를 비교할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인지, 어디 내놔도 괜찮은 마케터인지 알 길이 없었다. 오랜만에 나의 가치를 외부로부터 평가받는다고 하니 나 역시 궁금했다. 우리 팀원들 외에 다른 회사에서도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일지, 다른 마케터들에 비해서는 얼마나 역량 있는 인재로 비춰질지. 그리고 현직장을 벗어나 다른 곳에 가도, 때때로 스웨덴에 들르기 위해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무엇보다, 이 다섯 군데 중에 내가 이 다음에 머물게 될 회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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