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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규 May 31. 2020

잘 나가는 직장인들이
코딩을 배우는 이유

스파르타코딩클럽 창업일기 #3.

10년 전에 중국어가 그랬듯이, 이젠 역삼역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코딩, 배워야 할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이 '배우긴 배워야죠'라고 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마 판교에 가면 더 많을 것이고 광화문에 가면 조금 더 적겠지만, 그래도 눈에 띄게 대세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1,000여 명이 넘는 분들이 다녀가셨는데요. 재밌는 것은 그 중에 코딩을 배웠다가 실패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절반 가량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것도 들어보고 저것도 들어보고 혼자서도 해보면서 세네번 씩 학습을 하셨던 분들도 계십니다.


사업을 잘 하려면 고객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 분위기에 오히려 더 오리무중이 되었습니다.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로 재취업 할 것도 아니고 배운다고 갑자기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우리 고객들의 근원적인 니즈는 무엇인가. 이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customer job'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치킨파티, 전화, 런치 등으로 찢어져서 고객들을 만나고 지난 1년간 쌓인 데이터들을 분석해 니즈를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와의 소통, 사이드프로젝트/창업대비, 취미/상식 넓히기, 취업/이직 등 구체적인 사유가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니즈들은 "단 한가지 이유"라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우선순위에 가까웠습니다. 즉, 개발자와의 소통을 위해 배웠지만 나하고 잘 맞으면 사이드프로젝트로 부업도 할 수 있고, 또는 개발자 취업을 위해 배웠지만 잘 안맞아도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니까-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저희가 내린 결론은, "불안한 미래에 필요한 나만의 무기"였습니다.


실제로 IT 또는 일반 기업의 직장인분들을 인터뷰해보면 코딩이 10년 전 중국어의 지위에 있구나-라는 것을 체감합니다. 너도나도 중국어를 배우던 시절, 가기 싫은 마음을 뒤로하고 새벽반 수업에 도착하면 이미 서른 명 남짓의 수강생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회사가 당장 중국하고 교류를 하지 않아도, 중국어 HSK 6급이 없어도, 할 줄 아는 것 만으로도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중국어의 지위를 지금 코딩이 꿰차고 있습니다. 미래사회의 언어라는 담론은 중국어와 같지만, 코딩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중국어보다도 더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 간 협력 시엔 "API 열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요. 코딩을 어느정도 배운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또는 몇 가지 반복 업무를 한번에 자동화하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 대신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관해 논의할 때에도 아주 유용한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총이 기성시대의 대기업들을 앞지른 시대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보편적인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코딩을 할 줄 안다고 하면 괜히 이력서를 한번 더 들춰보는 시대. 코딩을 할 줄 안다고 하면 괜히 달라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이는 경제성 관점에서 보아도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자기개발을 한다는 것은, 결국 투입한 노력 대비 얼마나 좋은 결과로 보답 받을 수 있느냐가 핵심일 것인데요. 여기서 좋은 결과란 '미래에 얼마나 유효한 무기가 될 것인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효한 무기란 상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다시말해 모두가 손도끼로 전쟁에 나갈 때 활을 쏠 줄 아는 것은 유효하겠지만, 모두가 활을 쏘는 시대에서는 '쏠 줄 안다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효용이 없을 것입니다. 10년 전에는 중국어가 있었다면 20년 전에는 엑셀이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엑셀을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vlookup과 피벗 테이블 정도는 가볍게 다뤄야 '할 줄 안다'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따금씩 제휴 연락을 받으면, '배우고 싶은 자기개발 1위로 코딩이 뽑혔어요'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시대에 필요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갖추진 못한 분야. 이것이 발 빠른 사람들이 먼저 시작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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