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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un 07. 2022

나의 코닥 모멘트

속초 동아서점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특별하고도 소중한 순간을 ‘코닥 모멘트 Kodak Moment’라고 한다. 내게도 ‘동아서점하면 떠오르는 코닥 모멘트가 있다. 2020 3,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양양에 계신 부모님을 보러 가는 일이 전보다  크게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 되었던 적이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은 족히 달려야 닿는 거리라 그전에도 쉽지 않았지만, 그때만큼 가야겠다는 결심이 선뜻 서지 않았던 때도 없었다.


명절에도 부모님 생신에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만에  친정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초등학교 소풍 때마다 단골 장소였던 솔밭에서 아이들은 솔방울을 줍고 바로  바다에선 모래를 헤집으며 주머니 가득 조개를 주웠다.  손을 잡은  발밑까지 쫓아오는 파도를 피해 달리는 아이의 표정을 보며 나도 아이처럼 웃었다.


속초 동아서점은 양양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내 기억에도 또렷이 남아 있다. 양양에도 작은 서점이 한 곳 있었지만, 공부에 필요한 문제집을 사야 할 때면 종류가 더 많은 동아서점을 찾곤 했다. 문제집 말고 책을 고른 일도 더러 있었지만 어린 시절 동아서점은 문제집 종류가 많은 곳으로 기억된다.


엄마와 함께 문제집 사러 오던 서점을 이번에는  자란 어른이 되어 엄마와 딸과 함께 찾았다. 친정엄마와 아이가 어린이책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동안 서가를 천천히 살피다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무민 시리즈로 익숙한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소설집 『여름의 책』.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여름날의 애틋한 기억이라는 소개글을 읽고 나니  책은  여기에서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일이지만 책장에 꽂혀 있는 『여름의 책』을  때마다 손녀에게 어떤 책이 좋은지 허리를 숙여 다정하게 묻던 친정엄마와 눈을 반짝이며 책을 고르는 딸의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던 그날의 장면이 저절로 재생된다.

그때가 2 전이었으니 지금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연을 품은 공간이 되어 있을까. 공간과 사람에 대한 기억이 담긴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애틋해진다는  여행지에서 서점을 찾을 때마다 떠올린다.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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