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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ug 04. 2022

부모님과의 캠핑에서 얻은 교훈

결혼하면서 친정과의 거리가 서울에서 지낼 때보다 더 멀어졌다. 집에서 친정까지 거리는 298km, 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3시간 30분 동안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휴게소에 한 번 들러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거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면 4시간이 소요되니, 대전에서 양양 가는 일은 장시간 운전을 도맡아 해주는 남편과 차 안에서 오래 머무는 지루함을 견디는 아이들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거리가 멀다 보니 남편 휴무일에 맞춰 2박 3일 일정으로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름휴가를 겸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박 5일간 머물게 됐다. 그중 2박 3일은 계곡이 있는 캠핑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캠핑을 하게 됐는데 계곡의 운치와 캠핑의 낭만을 즐기는 부모님을 보고 있으니 캠핑을 제안했던 남편에게 새삼 고마워진다.


오늘은 캠핑 2일 차. 늦은 밤부터 오전 7시까지 뇌우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앞이 깜깜했는데 조금씩 해가 나기 시작하더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진 하늘 아래서 굽이치는 물줄기와 물소리를 마주하고 있으니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해가 나니 물놀이하기 적당한 날씨가 되어 제 몸에 꼭 맞는 튜브를 허리에 두른 아이들과 물살이 약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발을 담갔다. 튜브에 몸을 맡긴 채 고개를 앞으로 뒤로 기울여가며 수영하듯 노는 첫째와 튜브에 쏙 들어가는 게 겁이 나 엉덩이를 튜브 바깥에 걸치고 아슬아슬하게 노는 둘째의 웃음소리가 물살을 타고 멀리멀리 퍼졌다.


캠핑 첫날, 아빠가 계곡에 있는 바위들을 골라 돌탑을 쌓으셨는데 간밤에 내린 거센 비에도 무너지지 않아 신기했다. 비결을 여쭈니 아빠는 중심을 잘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말이 꼭 삶의 중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중심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아마도 그건 사랑일 거라고,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받은 사랑과 지지, 아이들이 내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 비에도 지지 않고 단단히 설 수 있게 하는 나의 중심이 되었다는 걸 아빠의 돌탑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제 내일이면 잔뜩 꺼내 놓았던 캠핑 장비들을 정리하느라 남편과 땀을  바가지 쏟겠지만, 캠핑의 낭만과 불편을 모두 좋아하고 즐기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떤 것도 감수할  있을  같다.


*비에도 지지 않던 아빠의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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