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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an 20. 2023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나는 순수히 글쓰고 말하는 일,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만으로 그만큼 수입을 일구어낸 것에 대해 나 자신이 기특하다고 느껴. - 임경선, 요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2023년을 맞이하며 계획했던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정리하기’를 드디어 마쳤다.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되었는데 마음속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 있다가 외주작업이 모두 끝나 한가해진 틈에 정리하게 됐다. 최근에 노션으로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본 적이 있는데 모바일, 웹 어디서도 볼 수 있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면 노션을 이용해보고 싶었다.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이 아니라서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템플릿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포트폴리오는 최근 3년을 중심으로 활동을 정리하고 이전의 경력도 함께 담았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나니 얼마 전 읽은 책 속 문장처럼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타지에서 아이 둘 낳고 기르면서 이만큼 일구었구나.’

물론 수입은 작가님과 차이가 크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아이들 입에 넣어줄 간식도 사고 교육비도 내고 가까운 이의 기쁜 일, 슬픈 일에 마음을 전할 여유를 갖게 되어 좋다. 쓰고 보니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하는 가사가 머릿속에 맴맴 도는 것 같다. 좋아하는 좋아하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싶어서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정리를 마치고 나니 올해는 어떤 일들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와 설렘이 든다. 작업을 의뢰받으면 몇 날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고민이 떠나지 않아 꿈을 꾸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모든 일에는 결국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얼마간 받게 될 스트레스는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과정 같다.


요즘 저녁마다 제주에서 주문한 귤을 한두 개씩 먹고 있는데,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얄궂은 바람을 맞으며 큰 귤이 기특해서 더 정성껏, 경건한 마음으로 껍질을 까고 있다. 제주도의 택배 대리점에서 일하며 쓴 정윤주 작가의 <귤 국의 택배 대리점>에는 어떤 귤과도 비교할 수 없는 궁극의 귤이 나오는데, 맛있는 귤의 비밀은 아무리 아파도 거르지 않고 매일 귤밭을 나가는 거라고 했다. 요령 하나 없는 성실함이 가장 중요한 팁이라니… 어쩐지 김이 새면서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일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다. 일이 없을 땐 지금처럼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내 안의 뿌리를 튼튼히 하다 보면 얄궂은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속이 꽉 찬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처럼 올해도 느리지만 꾸준하게 따뜻한 순간을 그리고 만들며 차곡차곡 채워 나가야겠다. 꾸준히, 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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