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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Feb 28. 2023

우리에게 책이 메인일 필요는 없지만

당신은 책과 가까운 사람인가요?






얼마 전에 몇몇 동네서점에서 SNS에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허용’에 관한 기사를 공유했다. 기사에 따르면, “소규모 영세서점의 도서 자율적 할인 판매 허용”을 위해서 오래된 재고 도서의 현행 10%보다 할인 폭을 늘린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책을 싸게 구매할 수 있고 서점은 책을 많이 팔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동네서점 사장님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김남중 기자에 따르면, “재고 도서 할인 판매는 동네책방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과는 무관”하며, 할인 경쟁에서 동네서점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동네서점과 대형 서점의 입고 방식부터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해서는 글쓴이의 글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잘 익은 언어들'의 이지선 대표는 “디지털 분야(전자책, 웹소설, 웹툰)와 종이책을 도정제 논의를 분리”해야 하며, “도서정가제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차별적인 공급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글 모두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기틀이라 여기는 태도는 둘 다 비슷하다. 






나는 도서정가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글에서 도서정가제에 관한 찬반을 논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독자들은 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이 너무 비싸서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데, 정작 출판계는 가면 갈수록 불황이 더 심하다고 하는 것인지, 이 상반된 입장이 너무 궁금했다. 


솔직히 학생이나 수험생이 아닌 이상,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아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 모두 안중근 의사처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것은 아니다.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데 돈이 없다면, 도서관에 가면 된다. 출판사는 책 구매율이 높아야 좋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도서관만 이용해도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책 값이 비싸서 도서정가제 때문에 옛날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고 하는 것일까? 물가는 책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올랐는데?






만약 책 값이 현재보다 엄청 저렴해졌다고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22,000원 하는 책이 10,000원 이하로 판매된다면 과연 그 책을 사람들이 많이 구매할까? 이전보다 많이 팔리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팔릴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유명인이 추천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책을 자주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책 가격이 저렴하면 폭풍쇼핑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관심분야가 아닌 책까지 고르지 않는다. 요즘은 책 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책에 눈길도 안 주는 사람들은 어떠한 조치를 취해도 계속 책을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다.


학생이라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책을 봐야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직장인은 책을 볼 여유가 없다. 간혹 가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른다면, 해당분야의 책을 찾아볼 수는 있다. 취업 준비생이라면, 대기업 입사 시험, 공무원 시험 등 시험 문제집을 반복해서 푼다. 






그렇다면 시험문제집도 아니고, 취업과 근무에 상관없어 보이는 책들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은 구매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은 구매하지 않는다.


스타작가 김영하도 한 예능에서 무명시절에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그가 발로 쓴 책이라도 일단 내면 베스트셀러에 오르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전업작가로만 먹고 살기에는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김영하 작가의 책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험에 그의 작품이 출제되지 않는 이상,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수익을 올리는데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나와 상관없는 책을 시간 들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인생에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입받는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근데 생계유지만 할 수 있다면 왜 그렇게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갈망할까? 남보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할까? 사람들은 성공을 어릴 때부터 강요받고,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를 하려면 그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 외의 책을 보는 것은 시간낭비다.


학창 시절에 교과서에 나온 작품들을 읽으면 어른들에게 공부 열심히 한다고 칭찬받지만,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공부도 안 하고 쓸데없는 것만 본다고 비난받는다. 왜 어린 학생들에게 고전을 읽으라고 강요할까? 고전을 읽으면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일까? 아니면 명문대에서 논술주제로 종종 출제되니 준비하려는 것이 아닐까? 설령 인성 교육을 목적으로 책을 이용한다 해도, 책이 꼭 성장의 도구로만 쓰여야 할까? 






요즘 애들은 독서를 안 해서 문해력이 떨어진다. 독서는 타인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공감능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 1,000권 이상 책을 읽었더니 월 천을 찍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저 말들이 우리와 책의 사이를 멀게 만든 것은 아닐까?


어릴 적부터 우리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혹은 제대로 읽으라고)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었는데, 왜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책을 읽지 않을까? 새해에는 독서를 목표로 세우지만 지키기 힘들까? 우리에게 책은 왜 멀게만 느껴질까? 우리에게 책이 메인일 필요는 없지만, 아예 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에 과연 좋을지는 모르겠다. 






참고문헌

김남중. “동네책방과 도서정가제”. 국민일보. 2023.02.16

박소희. “대화의희열2 김영하, 여행가 아닌 소설가의 삶은? 강한 뚝심” 뉴스엔. 2019. 06. 16.

배주현. “대통령실 첫 국민토론 ‘도서정가제’ 종료… 영세서점 자율적 할인 판매 허용될까”. 매일신문. 2023. 02. 13.

이지선 “오죽하면 ‘도서정가제’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전민일보. 2023.02.17


이미지출처

사진: UnsplashSincerely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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