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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Feb 12. 2020

걸러내고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 알아야 할 것

책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읽고 든 생각

현 시대에 결정장애라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씩은 공감하고 들어봤을 별명이다.


이처럼 정보의 홍수라는 말에 걸 맞는 환경 속에서 현재 사람들은 오히려 더 주춤거리며 살고 있다. 


사실 과거에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하면, 그리고 지식을 향유할 특권의 경계가 희미해지면, 합리적인 인간에 의해 엄청난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정보가 흘러 넘치고 개인이 향유 가능한 지식의 플랫폼이 발달되어 있는 현재, 어찌보면 인류는 더 멍청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감정적인 동물이구나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감정에 휩쓸리는 생명체구나 새삼 느낀 적이 종종 있다. 


주로 어떤 결정이나 결심이 들 때가 있는데 그에 따른 명확한 이유는 모른 채, 그렇지만 확신에 찬 결심을 할 때이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어떠한 결정을 할 때 그 이유를 찾고자 한다.

누군가가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렸다고 할 때에도 주변인들은 그렇게 결정을 하게 된 계기, 이유를 물어 본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떤 결정은 구체적인 근거들에 뒤따라오는 필연적인 것이며 설령 정확한 근거를 내세울 수 없을지라도 분명 무의식 어딘가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렇지만 이 책,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이렇게 반박한다. 

“우리가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볼 때 이른바 ‘사후 해명’이다. 즉 나중에 정당화하는 행위다. 먼저 생각을 정한 다음 이러한 직관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의식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어떠한 고민을 하거나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내 모습들이 생각났다. 나의 상태에는 분명 일련의 납득 가능한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라 믿었으며 찾아내려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러한 행위들은 나라는 사람이 이성적이기 때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의 행위나 상태는 늘 납득가능하고 충분히 구체적인 근거들에 기반해 존재한다는, 일종의 이성적 존재로만 있길 바라는 마음이 깊숙한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추측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읽다 보면 새삼 인간은 정말 감정적인 동물임을 깨닫게 되고 다시금 나의 감정적 경험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책에서는 인간의 대부분 행위는 감정에서 비롯되고 그에 따른 근거들은 사실 본인들이 정당화를 위해 찾아 둔 명분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인간이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상을 각종 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책에서 다루는 인간과 감정에 대한 것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분야인데 오히려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정보화 시대에 나처럼 결정과 판단에 있어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반갑겠다 싶었다. 


참고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와 그에 따른 근거를 찾는 행위에 대해 설명하는 책을 읽다 보니 한가지 웃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릴 적 많은 이들이 겪었을 수도 있을 일인데, 바로 학창시절 선생님 혹은 어른들이 주로 하는 꾸중이다.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에게 너는 왜 이러한 선택을 했어? 너는 왜 이 꿈을 선택했어? 너는 왜 이 음식을 좋아하니? 와 같은 질문들을 주로 하곤 한다. 그 때마다 내 기억으론, 나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이 그냥요. 와 같은 대답을 했었다. 그럼 선생님 혹은 어른들은 엄하게 뭐라 하셨다. 그냥이라는 이유는 없어.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해야지. 와 같은 말과 함께. 


그냥이라는 이유를 댈 때마다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처럼 혼이 나곤 했다. 사실 정말 이유를 모르니까 아니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 말이다. 어찌됐건 어릴 적부터 그냥이라는 이유를 대면 큰일난다는 식의 꾸중을 듣고 자라서일까.

슬프게도, 이제는 나의 크고 작은 행위에 자꾸만 이유를 찾고, 의미부여를 하려고 혹은 의미를 찾으려고 든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부질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며 확실하게 이유 찾기, 의미부여하기 등의 행동은 줄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이 밖에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찰한다.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어떤 식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에 따라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지와 같은 주제에 대해 지적한다. 


그리고 이 책을 따라 감정에 대해 고찰하다 보면 본인의 결정에 있어 조금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은 어디까지나 감정적인 존재이기에 완벽한 합리성을 추구함이란 불가능하겠지만. 


다시 말해 이 책은 더 나은, 더 합리적인 결정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러한 목표는 불가능한 이상향이라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위로하는 책이다. 덧붙여 합리성에 조금은 더 수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책이다. 

나 또한 요즘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길을 마주할 것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책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덕분에 조금은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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