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스텔라'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가 지났을까, 한 여자와 남자가 함께 춤을 추며 감정을 교류하기 시작한다.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품위가 넘치는 막춤을 추는 한 쌍의 남녀. 나는 뭔가 범상치 않음을 슬슬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한데 자꾸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생경한 분위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사람으로 치면 웃긴 말을 해도 담담하고, 뻔뻔하게 웃기는 타입을 보는 듯 했다.
이 영화 ‘인천스텔라'는 말그대로 제목에서부터 의도적인 뻔뻔함을 드러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인천스텔라'. 사실은 ‘인(人) 천(天) 스텔라', 그러니까 하늘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한국의 인천을 배경으로 한다. 이 인천을 배경으로 ‘나사(NASA)’가 아닌 ‘아사(ASA)’의 대원들이 비밀스러운 우주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단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는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무언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분위기는 극 중 곳곳에 배치된 예상치 못한 C급 유머코드에 근원한다. ‘입금되었습니다.’라는 pos기의 입금 효과음과 함께 끝나는 극중 대사는 어떤 회사가 영화에 협찬을 했는지 대놓고 드러낸다.
영화는 제목으로부터 연상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재치있게 뒤바꾼다. 그럴듯한 우주선 대신, 수리센터의 중고차가 우주로 향하는 비행체이다. 책보다는 유튜브, sns를 더 좋아하는 딸이 등장한다. 대원들이 찾아가는 별의 이름은 ‘갬성(STAGRAM)'이다.
이렇게 C급 유머코드로 중무장한 영화 ‘인천스텔라'는 이상하게도 인류애를 자극한다. 이전부터 B급 영화를 제작해 온 백승기 감독의 새로운 야심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보다 더 괴상하게 웃기고, 따뜻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 좋게 웃어넘기며 본 탓일지도 모른다. 유심히 살펴보면, 극 중 유머코드는 대부분 현실과 동 떨어진 인물들과 배경설정에서 드러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영화와 동떨어진 지극히 현실적인 극 중 장치들에서 유발되기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낯섦을 전달한다. 나름의 로맨스와 유머까지도 고루 안아 들고 극을 끝낸다.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다 계획이 있었던 영화구나, 싶은 깨달음을 주는 영화, ‘인천스텔라'.
B급, 아니 C급 코드로 중무장했지만 결국 그 속에는 인류애, 특히 부녀간의 가족애가 묻어 있다. 영화를 본다면, 분명 방심하는 순간 아사의 대원들에게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