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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앤라라 Jun 08. 2022

20대의 긴 연애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마음의 자리 '연애, 나를 알아가는 과정'

한 사람과의 긴 연애는 때로는 득이 되기도,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연애가 전부인 시절이 그리 길지 않다. 어쩌면 우리 삶 속에 가장 찬란한 한 시절, 그 시절 속에 연애가 있다. 


손끝만 스쳐도 웃음부터 흘렸던 풋풋했던 22살에 만나 32살에 헤어지기까지, 나에게 H는 남자를 보는 기준점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연애에서도 그 기준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그 많은 사람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그걸 경험하지 못했던 거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경험 부족은 어디서든 티가 났다. 소개팅을 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했던 건 내 연애가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던 탓이다.


'왜 나를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왜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지 않지?'

'왜 그의 일상 속에 내가 온전히 들어갈 수 없지?'


20대의 연애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30대의 연애에서는 자꾸만 삐그덕거렸다.

여전히 어리숙한 20대의 연애에 머물러있던 나는 당시에 만났던 상대들이 나를 덜 사랑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서로만 바라보고, 그걸로 온 마음이 차올랐던 20대의 연애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30대는 더 이상 연애가 삶의 전부일 수 없고, 매일매일 맘처럼 되지 않는 팍팍한 사회생활을 헤쳐나가는 것만으로 삶이 지친다는 걸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고, 매일 피곤한 일상에 간신히 틈을 내 연애를 지속한다는 걸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꽤 오래 방황했다. 


"나이에 너를 가두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나이에 꼭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단다"

엄마의 잔소리는 늘 버거운 숙제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진리와도 같은 말이었다.

나는 그때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했어야 한다. 


연애가 아니라도 즐거운 일이 많은 20대에 꼭 연애를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연애만큼 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과정은 흔치 않다. 연애는 상대와의 깊은 관계 속에서 나를 깨닫는 과정이다. 감정이 넘쳐흘렀을 때와 바닥으로 치닫았을 때의 행동이나 마음 상태, 깊은 애정을 받으며 온 마음이 차오르는 행복감, 세상의 전부를 잃은 것과 같은 절망감까지 오롯이 연애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참을 수 없이 싫어하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관계를 현명하게 이어가는 방법과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된다.  

 

한 사람과의 긴 연애는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길을 외면한 채 꼭 한 길만 고집한 것과 같다. 우연히 만난 길이 목적지에 이르는 더 가까운 길일 수도 있고, 산뜻하게 피어난 꽃길일 수도 있고, 잘 닦인 아스팔트일 수도 있는데 그 모든 경험을 외면한 채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거다. 물론 가시밭길을 만나 하지 않아도 될 생고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찬란한 젊음 속에 있다. 


한 사람과의 길었던 연애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행히 그 길이 가시밭길은 아니었고, 한 사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다만, 돌아보면 너무 짧았던 나의 20대와 30대에, 더 많은 추억을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내가 내 삶을 더 잘 돌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 꼭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을 놓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약간의 미련. 


그래서,

지금 찬란한 이 시절을 겪어내고 있을 그들에게

영원하지 않은 젊음 속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연애를 멈추지 말라는 오지랖 넓은 조언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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