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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앤라라 Oct 14. 2021

‘나’를 맨 앞에 둘 것

마음의 자리_30대, 연애가 힘든 당신에게

B는 연애를 시작하면 언제나 비슷한 문제로 연애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녀의 연애는 늘 순탄치 않았는데, 매번 상대만 바뀔 뿐 연애 패턴이 변하지는 않았다. ‘능력’ 있으면서 ‘다정한’ 남자를 원했던 B의 애인들은 늘 한 가지가 부족했는데, 이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 남자는 왜 퇴근하면서 전화를 하지 않지?” “이 남자는 왜 먼저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지?” “이 남자는 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미리 알려주지 않지?” B와의 연애상담은 ‘이 남자는’으로 시작해서 ‘않지?’로 끝나는 물음으로 가득했다. 퇴근해도 머릿속이 복잡한 날이 있고, 누가 먼저 만나자고 말하는 것이 왜 중요한 문제이며, 다른 사람과의 약속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삶은 너무 피곤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나를 B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가 계속해서 연애상담을 요청하는 건 어떻게라도 애인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B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이 ‘그’로 점철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30대의 연애에서는. 연애를 할 때도, 결혼 이후에도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나’를 잃지 않는다는 거다. 자기 자신을 제일 앞에 두면,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적어진다. 


하루 종일 그가 왜 전화를 하지 않을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지도 않고, 왜 먼저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는다. 전화하고 싶으면 전화하면 되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자고 하면 된다. 먼저 전화하고 만날 약속을 정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연애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연인 사이에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를 구분을 하는 것만큼 의미 없고 쓸데없는 일이 또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굳이 시간을 쓰고 에너지 쏟아가면 만날 이유는 없다. 그러므로 나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자꾸 의심할 필요도 없는 거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모두가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고, 표현의 크기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 사랑 방식으로 상대의 사랑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덜 표현한다고 해서 덜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누구도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왜 이만큼만 표현하느냐고 채근하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는 지나친 억압처럼 느껴질 수 있다. 


행복하지 못한 연애를 하는 B에게 두 가지 조언을 했다. 하나는 이 남자는 너와는 다른 사람이므로, 네 기준에 맞춰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를 계속 만날 거라면 나와 똑같은 사랑의 크기지만, 그저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만나야 한다는 것. 만약 그게 싫고, 그런 상황들이 자기 자신을 피폐하게 만든다면 원하는 만큼 사랑을 표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아주 오래 전, 남자친구에게 빌린 책에서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 남자친구의 필체였고, 낯선 여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로 봐서 전하지 못한 편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단 두줄 만에 그 편지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보낸 편지라는 것을 알았고, 나는 편지를 읽지 않고 접어서 다시 책 사이에 끼워 뒀다. 


편지를 읽고 난 후의 내 마음이 어떨지, 그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틀어지게 될지 뻔했다. 어차피 지난 일이고,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일로 나와 그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상처 입을 것이 뻔하다면 그 길로 들어서지 않는 것, 그게 지금까지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살면서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내 선택은 언제나 내가 상처받지 않는, 그래도 더 행복할 것 같은 쪽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연애에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다. 내 사랑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상대의 사랑은 내 마음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연애에 있어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지나치게 ‘그’가 우선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나를 제일 앞에 둘 때, 비로소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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