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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cea Aug 02. 2021

아주 사적인 새벽 편지

마음의 문제를 안고 있는 당신을 위한 기도

00 님께


 며칠 동안 '00 님은 괜찮으시려나', '괜찮으시길', '괜찮으셔야 할 텐데'하며 생각이 나다가 괜한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편지를 썼다 지웠다 하다가 이제야 편지를 보냅니다.


00 님 기분은 어떠신가요?

밥은 잘 드시고 계신가요?


지난 며칠간처럼 또 식사를 거르고 계시진 않은가요? 잠은 푹 주무시고 계신가요? 긴 밤을 잠 못 이루고 아파하며 보내고 계시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00 님이 마음의 문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마음의 문제는 그림자와 같아서 실제 크기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지곤 하니까요. 담담하게 나의 일상을 하나 둘 풀어가면서 내가 그 문제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 실제로 대수롭지 않을 문제들이 많을 거라 믿어요.


 문제를 마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론 잘 외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내가 어쩌지 못할 문제는 내게 부담감과 걱정만 줄 뿐이지요. 그럴 때, 단호히 외면하시기를 권해요. 마치,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그 대화가 00 님을 기쁘게 하지 않아서 바로 방을 나온 것처럼 그렇게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단호히 외면하시기를. 마음의 문제에서도 꼭 그러시기를.


 어쩌면, 제가 걱정하는 게 불필요하다 할 정도로 00 님 곁엔 분명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이미 많은 위로와 응원 그리고 사랑 속에서 00 님이 괜찮아지셨기를 바라고 있어요. 만약, 그러시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테고, 아직 마음이 많이 지쳐있다면 제 걱정은 작지만 위로와 응원이 되겠지요.  00 님, 저는 그렇게 손해보지 않는 걱정을 하고 있으니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해요.


 우리는 보통의 관계보다 더 적당한 거리를 두었지만,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한 글을 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지를 쓰는 동안에도 내심 이 편지가 부담이 되진 않을까, 그 적당한 거리가 침범되었다고 생각하시진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결국 조금 더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용기 내어 지난 몇 달간 먼저 '괜찮은 안부'를 묻던 00 님께, 이렇게 먼저 괜찮은 안부를 묻습니다.


무탈한 밤 보내시길 바라며,


정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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