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배운 것 [4]
이상하게도 저는 군대에서조차 마감에 허덕이며 살았습니다. 여러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사서 고생한 측면도 있고, 스스로 정한 목표와 마감기한도 은근히 저를 신경쓰이게 했습니다. 부대 내에서 사진과 영상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매달 부대 홍보 영상을 완성해야 하는 일정도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내내 준비했던 창업경진대회는 신청 마감, 발표자료 마감, 멘토링 등등 챙겨야 할 마감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쩔 수 없이 마감과 싸울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콘텐츠 기획과 제작 분야에 있는 한 마감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군대에서 이룬 거의 대부분의 것들은 마감 일주일 전부터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완성되었습니다. 연등시간과 쉬는시간 등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다 활용했고 그 결과 마감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미친 듯한 능률과 능력을 보여주는 ‘마감효과'가 발동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모든 마감을 지킨 것은 아닙니다. 또 마감을 지켰다고 해서 그것이 다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일주일만 더 일찍 시작할 걸, 막판에 한 시간만 더 투자할 걸, 후회한 적도 많습니다. 그로부터 얻은 결론은, 마감과 현명하게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마감을 만들어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조정해서 여러 개의 마감이 겹치는 일을 줄여야 합니다. 불가능한 마감은 일찌감치 포기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진행 속도가 붙어 가능성이 높은 마감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지망생’인 제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건 공모전 마감입니다. 이번에도 마감을 놓친다면 나는 꿈을 위해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과 스트레스로 앓는 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시간관리 방법론인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빌려온다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문제(이야기 창작, 시나리오 창작)를 공모전 마감을 계기로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로 억지로 끌고 왔는데, 그것이 제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것입니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마감은 억지로 기간을 설정하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하려고 합니다. 마감을 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작업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중요하고 긴급한 마감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스케줄을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졸업을 위해 적어도 2년을 학교에 더 다녀야 합니다. 그 말은 곧, 과제와 시험이라는 엄청난 마감이 몇주 내내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이변이 없는 한 마감과 싸우며 살아야 할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구요. 그렇기에 또 내년부터는,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하면서 몰아치는 마감의 압박을 이겨내는 건강한 습관과 멘탈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비트윈', ‘타다’ 등의 서비스를 런칭한 VCNC 박재욱 대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매년 올해의 배움 10가지를 정리하여 올리시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2021년부터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연말정산입니다. 한 해 동안 배운 10가지를 선정해 정리하고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