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월세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한가득 끌어안고 갑작스레 미국에 집을 사게 되었다. 집 대출로 찍히는 통장의 마이너스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이게 갚기는 할 수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집 계약을 했으니 어려운 건 끝나지 않았나 싶었다. 충실하게 매달 정해진 원금과 이자만 갚아 나가면 갑자기 당장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해보니, 이 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해서 추가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돈 새는 구멍들이 줄줄이었다.
집 계약부터 예상외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일단 당연한 것이지만 복비도 적지 않은 금액이 나간다. 그다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에 낼 돈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집 계약을 할 때는 변호사의 공증도 필요해서 중개업자, 집 구매자, 변호사 이렇게 셋이 사무실에서 만나 계약서에 날인을 하고 공증을 받았다. 변호사 사무실에는 약 500달러 넘게 낸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인데도 매달 내야 하는 관리비가 있다. 관리비가 필요 없는 땅에 지어진 집은 상관없지만, 일정 공동 구역 안에 지어져 있는 집에 살면 관리비를 내야 한다. 미국에서는 흔히 HOA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공동 구역 안에 있는 시설을 관리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관리비라고 한다. 물론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집이 있는 곳은 매달 약 10만 원 정도 내고 있다. 수도세와 전기세 같은 공과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 관리비를 누가 받아서 어디에 쓰고 있는지는 당최 모르겠다. 구역 내에 야외 수영장과 작은 골프장이 있기는 하다. 전에는 여름이 되면 수영장 안전 관리 요원도 관리비로 고용했다고 하나, 지금은 안전 요원도 없고 관리비만 더 올라갔다고 하니 진짜 관리비 사용은 미스터리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골프도 안 치고 야외 수영장 이용도 안 하기 때문에 그나마 눈에 띄는 관리비 혜택을 전혀 받고 있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아파트에 살 때는 필요 없었던 집 보험도 필요하다. 화재 보험은 물론이고,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이기에 혹시나 집이 날아갈 위험에 대비해 보험이 필수다. 자연재해가 전보다 자주 생기면서 보험 값도 덩달아 뛰고 있어 청구서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우리 집을 헤치려는 녀석들은 집 밖뿐만이 아니라 집 안에도 있다. 바로 집을 갉아먹는 ‘흰개미’ 떼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이 먹는 건 나무다. 문제는 대부분의 미국 집들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집에 흰개미가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또 생겼다면 이들이 현재 어디까지 갉아먹었는지 확인하고 내쫓아야 한다. 손톱만 한 개미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하겠냐만은 이들이 갉아대는 정도가 어마어마해서, 늦게 발견했다가는 집 전체를 새로 갈아엎어야 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그러니 이런 개미들을 주기적으로 관리해 줄 전문가가 필요하고,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고 맡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개미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집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버린 후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또 계약을 맺어야 하는 회사가 하나 더 있다. 미국이 워낙 넓으니 다른 지역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쪽 따뜻한 곳에 사는 나는 겨울 날씨가 풀리면 해충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눈이 안 내리는 덥고 습한 곳이다 보니 이곳에서 자라는 곤충과 해충의 크기가 남다르다. 동남아나 하와이 같은 섬 지역에 사는 아이들과 비슷한 크기라고 보면 된다. 베트남에서도 내 핸드폰 크기만 한 바퀴들 때문에 정신 상담까지 받았던 내가, 나라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괜찮아질 리 없다. 그 큰 몸뚱이를 집 안에서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창자까지 내려앉는 기분이라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해충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해충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 주기적으로 와서 집안과 밖에 약을 뿌려주고 가는데, 그 약 때문에 집 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기는 한다. 그래도 내가 운이 나쁠 때는 그들이 죽기 전에 마주칠 때도 있고, 그들이 죽은 후에 그 사체를 치우는 것 또한 이 집 사는 사람의 몫이기에 여전히 정신적으로 힘들긴 하다. 해충 회사의 서비스가 백 프로 만족이 안 되더라도 회사의 도움 없이는 집 안에서 계속 살아 돌아다니는 그들을 보게 될 터이니 계약을 안 할 수가 없다.
이 밖에도 쓰레기 처리비, 하수도 처리비, 주택 세금 등 아파트에 살 때는 월세에 포함되었던 금액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추가 되면서 달마다 집 때문에 지불하는 돈이 엄청나다. 잠시라도 일을 쉬었다가는 순식간에 파산해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공과금이라도 아낄 겸, 난방을 최소로 틀며 서향집이라 더 추운 집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역시나 집이든 차든 뭐든 구매를 결정할 때는 거기에 들어가는 모든 유지 비용이 감당한 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집 구매도 처음이거니와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 시스템이었기에 추가 유지 비용이 이 정도로 들어가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은 집 때문에 허덕이느라 집이 있는 즐거움을 못 누리고 있지만, 머지않아 집이 있어 다행임을 여유롭게 누릴 시기가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