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로의 이사를 결정하고 역시 제일 먼저 알린 건 가족들과 친구들이었다. 근데 재미있던 건 내 가족. 지인들의 반응과 남편의 가족. 지인들의 반응이 완전히 상반되었다는 것이다. 내 지인들은 일단 축하 인사가 먼저 왔다.
“말레이시아 살기 좋은 곳이라던데 잘 됐다”
“운 좋게 여러 나라를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네!”
“미국과는 완전히 또 다른 곳이라 기대된다”
등의 오히려 그들이 이민을 가는 것처럼 설렘과 기대감 가득한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지인과 가족들에게서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 담긴 질문이 돌아왔다.
“말레이시아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살려고 해?”
“거기로 이민 가는 것 때문에 가장 걱정되는 건 뭐야?”
“문화도 많이 다르고, 아는 사람도 없다면서 괜찮겠어?”
신기했다. 사람마다 생각과 반응이 다른 건 당연한 거지만, 어떻게 반으로 똑 가른 것처럼 나와 남편 지인들의 반응이 이렇게 나눠질 수 있는지 말이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남편 지인들의 반응이 그렇게 부정적이고 걱정 가득한 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남편의 고향 사람들은 평생을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사람이 많아 그런지, 새로운 것이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극단적으로 무서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지 같은 흔한 채소도 살면서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시도하지 않고, 말이 통하는 같은 나라인데도 다른 주를 여행하는 건 자신이 없다고, 매년 같은 해수욕장으로만 여름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남편도 학생 때 친구들과, 졸업만 하면 이 동네를 뜰 거라고 얘기하고 서로 다짐했지만, 결국 진짜 그 동네를 뜬 건 남편 혼자 뿐이었고, 다른 친구들은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 무서워 성인이 되어서도 본래 살았던 지역에 지박령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환승지로도 밟아본 적 없는 땅에 집도 절도 없이 이사를 간다는 건, 차가 쌩쌩 다니는 고속도로에 몸을 던지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대책 없는 결정으로 비친 것이다. 자식들이 가까이 살길 바라는 마음 약한 시어머니는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제일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라는 것도, 또 내가 미국 생활을 힘들어한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시부모님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그에 비해 한국과 가까운 아시아라서 말레이시아를 경험해 본 내 친구들이나, 말레이시아를 잘 몰라도 새로운 곳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 나와 같은 성향의 지인들은 당연히 좋은 생각이라며 시도해 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거주지를 완전히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은 이직을 하는 것만큼이나 앞으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 미국 지인들의 걱정과 근심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그런 고민을 하나하나 다 생각하고 불안해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게 싫었다. 게다가 현재 있는 곳이 내가 좋아하는 곳이 아닌, 매일매일 떠나기만을 바라는 곳이었기에, 설사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게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나는 이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듣고 싶은 말만 듣기로 결정하고, 나의 새로운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말들만 담은 채 본격적으로 지옥의 비자 신청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