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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Aug 19. 2024

금똥과 그냥똥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일요일 산책 중에 구시가지에 늘어진 술집 사이 오래된 건물벽에서 재미있는 부조를 발견했다. 금장으로 글이 박힌 예술작품으로 멀리서 보니 분명 똥 누는 폼이긴 한데 엉덩이 밑의 오물이 유난히 빛났다. 뭐지?


가까이 다가갔다가 실소가 터졌다. 부조벽에 쓰여 있길, 금똥을 싸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뿐이니 (정신 차리고) 현명하고 아껴 쓰며 살아라.


오늘 아침. 방학이 되어 몸이 근질근질하여 멀리 여행을 떠나려 인터넷에서 여행기도 읽고 유튜브도 보며 족히 한두시간을 보냈다. 보던 중 베트남 하롱배이에 꽂혀서 한참 관련 영상을 보고 꿈꾸고 갈망하다 비행기 값에 허걱 놀라 바로 꿈을 접었다. 헛된 욕망을 떨치려 나간 산책에서 바로 만난 가르침이 정신차려라 였던 것이다. 뜨끔했다.


금똥을 쌀 수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돈 쓸 생각만 하는 나. 그렇지 않고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많을지언데 머리는 나쁘고 편하게 돈으로 해결하려는 중 절묘한 타이밍으로 나를 깨우치는 덕국 술집 벽 선인들의 지혜.


그래 꼭 멀리 비행기 타고 번돈을 탕진해야만 보람 있게 휴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니 일반 똥을 누는 자여, 정신 차리고 돈을 아껴 써라!!!


미술관이나 책에서 본 것이 아닌 술집이 즐비한 건물 사이에서 발견했긴 하지만 하도 진지하게 돌벽에 정갈하게 부조로 만들어져 있어 전혀 우습지 않았다. 독일사람들이라 그런가. 이런 농담 아닌 농담을 쓸데없이 고퀄 부조벽으로 만들어놨다. 뒤셀도르프 구시가지 술집이 즐비한 거리의 아리까리 취한 사람들에겐 십계명으로 보일라나?


그래서 절로 반성했다. 금똥을 누는 것도 아닌 주제에 비싼 여행 계획은 개나 줘 버리고 현명해지리라.


그러다 갑자기 몇 주 전에 주치의에게 받은 대변검사 키트가 생각났다. 반세기동안 대장을 잘 썼는지 검사하는 대변검사. 그동안 너무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뤘건만 내일은 반드시 해내서 의사 선생님께 두둑하게 갔다 바쳐야지.


한국도 건강검진 때 대변검사를 시킬까? 어렸을 때 국민학교 다닐 때는 매년 하던 검사지만 21세기 선진국에서 대변검사를 수십 년 전의 그것과 별 다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 방법이 가장 명쾌하게 내 장의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라면 두말없이 해내야지. 또 알아? 금똥을 싸게 될지. 좀 현명해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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