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륵에서 눈호강
오후 2시 고요하고 슴슴한 독일 동네인 알랄스하우젠을 떠나 3시 40분에 국경을 넘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륵.
알프스 산에 360도 둘러싸여 어디서든 멋진 돌산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물이 깨끗해서 독일 특유의 석회수의 찝찝함 없이 그 어느 수도꼭지에서도 공짜로 기차게 차고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곳! 물가는 비싼데 주머니는 가볍고 하마처럼 물을 많이 마시는 나 같은 사람에게 공짜로 고퀄의 물을 어디서나 자비롭게 마실 수 있는 알프스 동네들은 여름 휴가지로 최고다! 왠지 알프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마시면 무병장수 할 것 같고 중부독일의 석회수로 오염된 내 몸 구석구석이 청소되는 느낌이다- 믿고 먹으면 약이라 했는가! 오장육부가 새로 태어날지어다~
아침만 먹고 온지라 도착하자마자 레스토랑을 찾았다. 호텔에서 코너를 돌자마자 구시가지가 펼쳐지며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었는데 너무 허기져서 더 이상 알아보며 진군할 수가 없었다. 애라 모르겠다 , 몇 군데 둘러보는 척하다가 한 맥주집에 착석했다.
그리곤 알프스지방 특유의 열량폭탄 맥주안주들을 적당히 시켜서 세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쫄아들어 있었던 오장육부들에 기름칠을 했더니 온몸이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맥주잔들이 예뻐서 물끄러미 쳐다보다 남편이 낄낄댄다. 맥주잔 아래 부분에 금이 그어져 있고 이 라인보다 맥주양이 적어지면 공황에 빠질 것이라 되어 있다 ㅎㅎㅎ 이름하야 패닉 라인! 이 라인에 맥주가 도달하기 전에 미리미리 시켜놔야 한다- 아니면 공황상태에 이르느니. 틀린 말이 아니다. 32도에 에어컨 없이 밖에 앉아 식사를 하며 시원한 맥주가 떨어지면 어찌 음식을 넘길 소랴!
기름진 안주와 구수한 맥주를 좌악 좌악 들이켜고 나니 주변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알프스 산맥에 파노라마로 둘러싸인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예쁘장한 집들이. 병풍으로 둘러싸인 롯데월드에 들어온 것 같았다. (롯데월드 사장님 누구신지 모르지만 좋아라
하시겠다).
해 질 무렵인데도 하루종일 끓어올랐는지 더웠지만 산바람이 내려와서 그런지 온 도시가 선풍기를 켜 놓은 듯하다. 알프스 바람~~~
내일은 저 높은 봉우리에 오르리라 다짐하며 두둑해진 배를 두드렸다. 세상에 등 뜨겁고 배부르면 무엇이 부러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