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6개월간 브런치에서 잠수를 탔다. 2024년의 끝자락, 정치 과몰입으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던 차에 12월 계엄령이 터졌고 그 이후 모든 것이 와장창 무너졌다. 개인적인 걱정과 나라 걱정이 엉켜서 마음엔 벅벅 생채기가 났고, 거기에 겨울몸살까지 겹쳐서 한 달 내내 독감과 사투를 벌이며 울며 겨자를 퍽퍽 퍼먹으며 입에 풀칠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게우게우 돈 벌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가볍고 즐겁게 브런치를 떠돌며 읽고 쓰던 습관은 꺼져가는 촛불의 연기처럼 힘없이 스러졌다. 모바일 기기를 멀리 하다 보니 자연스레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안! 하는 것이 점점 당연하게 되었다. 게다가 갱년기 증상까지 덮쳐 온갖 통증들이 스마트폰뿐 아닌 컴퓨터도 멀리하라 재촉했다. ‘아, 드디어 내게도 본격적으로 갱년기와의 사투가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건강 염려증을 안고 내과와 산부인과를 전전했는데, 돌아온 진단은 허무했다.
"불편한 건 당연해요.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혈압이 오락가락할 수 있고, 맥박도 정상 범주예요. 그냥 운동이나 열심히 하세요." … 아니, 나는 이렇게 아프고 불편해 죽겠는데 정상이라니? 맥박 수치를 보면 200년 산 거북이랑 동급인데 이래도 문제없음이라 판정을 받는다?
한동안 브런치를 떠난 나에 대한 변명은 의사 선생님들의 앞다툰 정상 판정으로 힘을 잃었고 스스로 부여한 "작가"라는 자아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사고를 치기로 했다. 방학 동안 브런치북 한 권 완성!
한 달 반짜리 방학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나는 왜, 또, 마감 스트레스에 허덕이며 글감이 없어 머리를 쥐어뜯는 정기 연재를 시작하려 하는가. 하아... 질문은 거창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 메조키스트이면서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는 비루한 재능의 소유자에게 정기 연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흑흑 뭐든 간에 이번에도 브런치 동료 작가들의 힘을 빌려 신세한탄과 더불어 관심 있는 주제를 뒤섞어 써볼 생각이다. 문제는, 내가 주의 집중력과 끈기가 바닥을 기는 인간이라 하나의 테마만 물고 늘어지는 게 힘들다는 점.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브런치 타이틀에 맞는 글과 신세한탄을 섞어 쓰되, 글자색을 다르게 해서 ‘이게 책 내용이고, 이건 그냥 내 넋두리다’라고 구분하는 별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 내용 없는 프롤로그는 보라색이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에서 내가 싸지르는 모든 멍멍 소리는 삡~~~ 하고 보라색으로 처리될 것이다. 한두 편 쓰다 중단할지도 모르는 남다른 저질 끈기와 갱년기로 바닥이 훤히 보이는 에너지 레벨이 가진것의 전부이지만 일단 정기연재를 저질러본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