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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Oct 24. 2019

학부모 알림장 3호

                                                                                                                             2019. 9.20



저녁 바람이 선선해지며 계절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바뀌는데 그 변화마저 잘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부모 알림장이 조금 늦어진 것 같습니다. 바쁜 만큼 주위를 둘러보고 생각할 시간을 남겨두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학부모 상담 주간이어서 많은 분들이 상담을 신청해주셔서 만나 뵙고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상담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님께서도 정말 힘든 일입니다. 누군가의 말을 온전히 듣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실로 참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이라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유입니다. 대화를 하며 이유를 찾아가고 그 이유가 그 아이에게 불필요하다면 줄여가는 것그 이유가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라면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의 행동의 피상적인 면만을 판단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상담을 하며 학부모님들의 얘기 속에서 많은 고민을 봅니다. 가장 큰 고민은 친구관계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조그만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고민하게 하는 것이 친구관계입니다.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남자아이들의 관계보다 100배는 더 복잡합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전부입니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수없이 관계를 다시 고민하며 부모님에게 간신히 털어놓습니다. 아이의 말을 들으면 부모의 마음은 더 복잡해집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그려지는 상황은 더 심각해 보입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이 상담하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아이들의 관계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입장이라 아이에게 들은 내용을 저에게 말씀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더 집중해서 그 아이들의 행동과 모습을 관찰하고 관계가 왜곡되어 있지는 않은지 상황을 파악해서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부모님과 상담 후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친구 관계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억지로 관계를 맺어줄 수도, 일부러 관계를 떼어 놓을 수도 없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상처 받지 않도록 보듬어주는 것, 아이가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존중해주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타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치유해야 다른 사람의 감정도 보이는 법입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나와 타인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좋은 선택을 하도록 가르쳐야겠습니다.       

 수학을 몇몇 아이들이 어려워했습니다. 두 자리 수의 곱셈을 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 따라 구조화를 잘하고 암기를 잘하는 아이들은 잘 터득하는 경우도 많지만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곱셈의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당연합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곱셈의 원리를 배우고 이해한 뒤, 연산을 해결하는 연습을 하며 알고리즘을 익힌 아이들의 다음 단계는 빠르게 향상되며 선행학습을 한 아이와 차이가 없음을 꾸준히 학교에서 임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조금 힘들다고 단계(선 이해후 연산 연습)을 뛰어넘거나 복습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아이들과 수학 곱셈을 배우고 어려운 문제들도 풀어보았는데 이제 곧 잘 해결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스스로 복습하며 확인해보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수학을 배운 날은 항상 수익 숙제를 내줍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온 책 읽기로 ‘만복이네 떡집’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하나의 책 전체를 읽으며 내용 간추리기도 배우고 있습니다. 만복이라는 나쁜 말을 해서 친구 관계가 엉망인 아이가 어떻게 친구 관계를 회복해 가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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