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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Oct 24. 2019

학부모 알림장 4호

가을을 지나가며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연휴가 참 많습니다.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니 가족과 즐겁게 보내고 온 듯합니다. 제가 아무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잘해준다고 한들 가족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 시기가 지나면 이제 가족보다 친구와 더 시간을 보내려 하는 것을 알기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보내야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린 시기에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경험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큰 밑바탕이 되는 것이지요. 

만복이네 떡집 온 책 읽기를 마무리하며 

“만복이가 친구 관계가 좋아진 이유가 무엇일까?”하고 물었습니다. 

“찹쌀떡을 먹고 나쁜 말을 하지 않은 것이요?”하고 대답이 나옵니다.

“그럼 나쁜 말이 뭘까?” 

“욕이요.”,“뒷담화요”,“화(짜증) 내는 말이요.”

그런 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로지 내 감정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뒷담화를 하면 안 좋은 이유도 어떤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뒷담화를 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지레짐작하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뒷담화를 잘하는 사람은 내가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내 뒷담화를 할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하여 속상한 일이 있으면 선생님과 상담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시간부터 몇몇 아이들이 제게 상담을 신청하였고 또 제가 교실에서 관찰하고 상담을 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기의 얘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친구라는 개념을 내 편 혹은 내 소유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놀고 싶을 땐 어떤 방식으로든 나와 함께 해야 하는, 행여나 내가 놀고 싶은데 다른 친구와 놀고 있으면 ‘배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걸 봐도 그렇습니다. 친구는 기본적인 소유의 욕구 카테고리에 두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와 놀고 있으면 마음이 아픈 것이지요. 아이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른도 사실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자기 자신의 어린아이 감정을 세련되게 감추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요. 어른인 나도 그렇다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첫걸음임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친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창체 시간에 자살 예방 교육을 하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혹시 내가 세상에 필요 없다고 느끼거나 너무 후회되는 일이 있었던 적이 있는 사람?”

내 잘못이 아닌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날 때

친구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다른 사람 편을 들어줬을 때

속상한데 친구 기분이 나쁠까 봐 말 못 하고 다 들어줬을 때 등등 여러 생각들이 나옵니다. 

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그럴 때 어떻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보통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어른들에게는 말대답을 한다고 꾸중 들을까 두렵고, 친구들과는 사이가 나빠질까 봐 그러는 것이겠지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속으로 삭히면 결국 친구 관계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으며 무기력하게 돌아선 자기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 얘기를 듣던 중에 한 아이가 한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돕니다.

“왜 내가 그때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지금은 후회가 돼요.”

그래서 자기표현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내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한다고 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영상으로 보며 연습을 해봤는데 결국은 반복적으로 지도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가정에서도 지도하여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국어 교과에서 경험한 것을 글로 쓰기 활동이 있는데 글쓰기는 한 단원으로 배워서 써보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삶을 성찰하고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며 나를 돌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실된 삶을 쓰라고 했습니다. 

  아픈 것을 쓰면 선생님도 같이 아파해주고,

  위로받고 싶은 것을 쓰면 위로해주고, 

  기분 좋았던 일을 쓰면 같이 기뻐해 주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것입니다. 저도 제 아픈 것, 기뻤던 것, 속상한 것, 위로받고 싶은 것을 안 쓰면 마음에 병이 생길 것 같아 학부모 알림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제가 잘못된 생각으로 빠지거나 반교육적인 모습이 드러날 때 제가 기록한 글이 불현듯 떠올라 저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글이 내 삶을 가꾸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했고 선뜻 받아들여 글쓰기에 용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글쓰기 공책을 준비해서 학교로 가지고 올 수 있도록 가정에서 도와주세요. 국어 시간에 글쓰기를 같이 해보며 배우고 언제든 쓰고 싶을 때 글쓰기를 하고 함께 공유하는 활동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글이 길어졌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찹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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