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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Nov 08. 2019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거야

학부모 알림장 7호

. 알람 소리로 요란한 아침에도 이불을 섣불리 걷어내고 나오기 싫은 계절입니다. 

아이들은 더 그렇겠지요? 

수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나오는 아이들이 참 대견합니다. 

‘한밤중 달빛식당’온 책 읽기를 하면서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정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궁금했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배움의 주체가 배우고 싶은 것과 가르쳐야 할 내용의 중첩을 찾아 연결해가는 역할을 교사가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월요일에 아이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1. 음식 만들어 보고, 먹기 

2. 달빛 식당과 메뉴판에 있던 음식을 클레이로 만들어 보기, 

3. 마음을 위로하는 메뉴판 만들기 

4. 클레이로 달 모형 만들고 고민 깃발 꽂기, 

5. 고민을 종이에 적고 찢어 교실 난장판 만들기

6. 한 장면을 연극으로 만들어 발표하기

7. 한 장면을 골라 그려보기였습니다. 어쩜 아이들의 생각이 기발하던지요. 

저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활동과 겹치는 것도 있었고 새로운 아이들만의 아이디어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다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메뉴판을 만들고 고민을 적은 종이를 친구들이 돌려가며 위로의 말, 격려의 말을 해주며 메뉴판에 그린 디저트를 붙여주는 한낮 중 위로식당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고민에 아이들이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때로는 장난스레 위로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글쓰기를 한 것을 보니 대부분 만족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자주 저에게 와서 상담 요청을 합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친구와의 갈등에 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상담을 하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친구관계의 유지와 사과를 받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충돌하는 것이지요. 

보통 상담의 내용은

 “누군가가 자기를 속상하게 해서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하지 않는다.”입니다.

관계된 아이를 불러 얘기해보면 예전의 일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감정 때문에 오해가 생기거나 “그렇게 말한다면 그 아이도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예를 들면 A가 자기를 치고 갔다고 B가 저를 찾아와서 얘기합니다. B가 하는 말이 “A에게 가서 네가 나를 치고 가서 아프니 사과하라고 했는데 자기는 모르겠다고 해요.”이런 식입니다. 

분명히 누군가를 치고 가는 것은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과 요구가 난무하게 되면서 친구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사과를 했던 A가 조만간 다시 와서 비슷한 것으로 B의 사과를 요구하는 식이지요.  

 그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얘기했습니다.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이 것에 대해 내가 이해하고 용서하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꼭 사과를 받아야 하는 문제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사소한 것에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친구가 너희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게 할 수 있어.”

우리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친절이 폭력보다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격한 감정에 사로잡힐 때면 잊고 맙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도 헤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부모,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험상 다툰 아이들을 불러 “그렇게 했을 때 너라면 어떤 기분이었는지?”물어보면 아이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아이들에게 실망해야 할까요?  


아이들의 주변의 모든 상황에 노출됩니다. 

아이들은 상황을 통해 배웁니다. 

내가 이 행동을 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상황이 누적되며 점차 같은 실수를 줄여가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문제행동을 한 아이를 다그치면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그 상황으로 배우는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아이는 그 행동을 한 뒤 마음이 편했을까요? 어른은 상황을 객관화하여 아이가 다시 그 상황과 직면하게 도와주고 어떻게 하면 속상하고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도록 조언하는 것입니다. 

실망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겐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 거야”란 말이 어울립니다.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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