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삶에 대해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지 2년,
브런치 북 응모를 다짐한 지 두 달 만에
드디어 첫 글을 올렸다.
이번 주말엔 꼭! 글을 쓰리라는 다짐과 함께 이틀을 내내 준비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글 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느라 대대적인 대청소를 했고 또 하루는 컴퓨터를 켜놓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겸 핸드폰과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글을 쓸 준비가 될 때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 탓에 잠에 들 시간이 되어서야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첫 글을 업로드했다. 긴 준비 시간에 비해 글을 쓰는 시간은 너무 순간이었다.
해야 할 것을 하기 위한 마음은 사실 ' 해야 한다'의 마음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나와 같은 사람들은 말이다. 자의적으로 올라온 욕망의 경우는 더더 욱 그렇다. (타의에 의해서는 억지로 하긴 한다)
이틀이라는 긴 시간 글을 하나 올릴 수 있게 한 것은 어떠한 다짐도, 용기도 아니었다.
그저 '하자'의 마음이었다. 그냥 브런치를 켜고 로그인을 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행'에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김연아 님의 말이 떠올랐다. 맞다. 너무 많은 생각과 다짐은 나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만들 뿐이다.
그냥 그것을 하면 그만인 것을.
나를 움직이게 하지 못했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는 아마 '작가의 서랍'이라고 하는 임시저장글 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차마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미완성의 글들
그렇게 완성 됐다는 내 기준의 완벽한 글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한편에 켜켜이 쌓여 있어줘야 한다.
그렇게 쌓인 글이 서랍을 가득 메웠다. 메우고 메우다 이젠 흘러넘칠 지경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차마 노트북을 켜기도 전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 행동으로 향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푹 쉬었냐고?
스트레스는 주로 나의 바라는 마음이 꺾일 때 나타난다.
즉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글을 쓰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것이다.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할 때 오는 스트레스를 내내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계속해서 미루고 미루는 건,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
움직이는 것은 사실 그렇게 많은 준비와 다짐이 필요하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