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뜨개질하기 참 좋은 계절이 왔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아 두꺼운 실뭉치를 하나하나 꿰어 가는 일을 참 좋아한다.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 생각이 복잡할 때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뜨개질을 좋아한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다니면 내가 퍽 뜨개질에 재능이 있는 금손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정 반대다.
아직 코도 볼 줄 모르고 강의 영상 없이는 시작할 수도 없는 n연차 뜨린이다.
완전히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재미만으로 모자, 나시티, 수세미 따위를 만들어냈다.
완벽한 결과물을 내진 못해도 뜬다는 그 행위만을 즐기면서 말이다.
내가 만약 무언가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뜨개질을 했다면 지금까지 할 수 있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에겐 뜨개질 같은 놀이가 참 많았다.
그저 행위의 사소한 즐거움 만으로 결과물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해온 서툴러도 괜찮은 놀이.
그중 나에게 가장 큰 놀이는 베이킹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온 베이킹 놀이는 매번 실패투성이었다.
매번 부풀지 않아 딱딱하게 굳은 빵을 매일 같이 만들면서도 그저 즐거웠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왜 실패했는지 고민하고 바꿔가며 매일같이 빵을 구웠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지금은 큰 노력 없이도 그럴싸한 빵을 만든다.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잘 되지 않을지를 몸으로 익혔기 때문일지 모른다.
’ 그래 맞아, 완벽하지 못해도 무작정 도전해 보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그런 무모한 사람이었지 ‘
도전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내게 두려운 단어가 된 걸까?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고민하면서 주저하게 되는 일이, 아직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머뭇 거리는 순간이 많아졌다.
과정자체를 즐기고 고민하다 보면 결과물은 언제나 따라온다. 그저 한코 한코에 집중해 떠 내려가다 보면 수세미나 모자가 되는 마법처럼 말이다.
뜨개질하듯 결과보단 과정자체를 즐기는 것들로 내 하루하루를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