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었음’ 이 마냥 어려운 너에게
새해 시작과 함께 또다시 백수가 되었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n번째 다짐과 함께,
백수가 되고 벌써, 한 달을 더한 그 한 달 마저도 끝이 보인다.
그 긴 시간 동안 대부분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밤낮이 바뀌고, 드라마도 여러 편 갈아치우고, 빈둥빈둥 대면서 누가 봐도 딱 그런 백수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올해는 가장 짧은 달이 28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4년 만의 선물, 윤달이다.
가장 짧은 달, 이월을 좋아하던 직장인의 삶을 돌아보다가.
하루가 더 있다며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백수만의 특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이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건,
매우 불편하고 초초하긴 하지만 ‘그 초조함에 가려 백수의 특권을 놓칠 수만은 없지’ 하며
백수가 주는 달콤함을 돌아보았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이 찾아와 잠을 방해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대낮에 설렁설렁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건 즐겁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하루종일 집에만 박혀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세상에 뒤쳐질까, 잊힐까 괜히 두렵기도 하지만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깊은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즐겁다.
이제 새로운 준비를 위해 해야 하는 고민과 투두리스트들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거 하나도 이렇게 못해내는 게으름이 밉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던 것을 하루종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모든 것엔 밝음과 어둠이 있고, 백수의 삶에도 마찬가지다
‘백수’의 일상에 어두움 뒤에 밝게 빛나고 있는 그 즐거움을 누리기로 했다.
언제 다시 찾아와 줄지 모르는 이 선물 같은 순간을 최대한 누려보자고
때가 되면 몸도 마음도 잘 채워서 다시 세상으로 씩씩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 그냥 온전히 ‘그냥 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