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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독일어의 향수

교양독일어와 슈니첼/여전히 더운/Glider-市営住宅…

by 릴리리

소소한 제비 서른한 번째 소식


브런치북에 <소소한 제비>를 꾸준히 연재하던 중, 브런치북에는 글을 30편까지만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발행 버튼을 누르고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음 날 글을 쓰기 위해 아이패드를 열었다가 깨달았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 여기서도 또 나오네요).

그리하여 <소소한 제비> 매거진을 발행합니다. 앞으로는 매주 화/목, 공휴일을 제외하고 주 2회 뵙겠습니다.

즐겨찾기 해주시고, 많이 읽어주세요.

고맙습니다.


[오늘의 스토리]

대학교 새내기 때 교양독일어를 수강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적 허영심에 가득차 몇 개 국어를 섭렵하고 싶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야망에 비해 끈기와 노력은 볼품 없어서 졸면서 수업을 듣고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아 좋은 학점을 받지는 못했고 지금 기억나는 독일어도 몇 마디 없다. 그 와중에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독일의 문화를 배우면서 슈니첼이나 슈바인스학세 같은 음식 설명을 들으며 맛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이야 마트에서도 슈바인스학세를 사먹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아직 외국 음식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어서, 교재 속의 이국적인 음식이 그렇게 맛있더 보였더랬다.

그후로도 독일에 가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상하게 ‘슈니첼’이라는 이름은 묘하게 향수를 자극한다. 꿈많고 치기 어렸던 스무 살, 이문동 강의실 바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불량 대학생의 서툴었던 지난 날이, 하릴없이 기억나고 만다.

슈니첼 사진은 없어서 사진은 도쿄 바쿠로쵸에서 먹었던 안심돈카츠. 왕돈까스보다는 돈카츠를 좋아하는 편이다.

[오늘의 풍경]

가을이 왔나 싶어 얇은 니트를 걸치고 나갔더니 더웠다. 입어야지 생각만 하고 사둔 옷들이 쌓여 가는데, 여전히 눈길은 새로운 착장을 좇는다. 이제 정말로 연말까지 쇼핑은 하지 않기로 오늘도 다짐한다.

더웠다..

[오늘의 음악]

市営住宅~Dystopia Lovesong~ - Glider

시영주택, 디스토피아 러브송이라니! 일본에도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단 말인가, 싶어서 가사를 찾아보니 그냥 낡고 허름한 동네에서 별볼일 없이 술이나 마시며 살아가는 이가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였다. 굳이 디스토피아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Dark II Rhythm> 앨범 커버 아트(2018 KEYAKI RECORDS)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목 주 2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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