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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21. 2024

91배 증가한 독감? 방역 덕분에 유행하지 않았다고??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고, 또 어쩌다 보니 의대로 진학하게 되었지만 원래 제가 꿈꾸던 직업은 기자였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특정 사안을 집중 취재한 후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기자들에 대한 환상이 컸죠. 오랫동안 기자라는 직업에 나름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애정이 무관심으로 바뀌었고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는 왜 세상이 그들을 기레기라고 부르는지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거의 모든 언론에 <코로나 유행이 끝나고 독감 환자가 91배 증가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더군요. 그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된 자료를 인용하면서 2022년 독감 환자수가 2021년에 비해 무려 91배 증가한 것으로 적고 있었습니다. 몇몇 기사 제목을 발췌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코로나 끝나자 독감환자 91배로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지나니 독감 환자 91배로 급증

-노마스크에 독감환자 폭증.. 1년째 91배 껑충

-마스크 벗자 독감 기승.. 독감환자 1년 새 91배 폭증


그리고 놀랍게도 아직까지 그 전문가들은 2021년 독감환자가 적었던 이유를 마스크와 같은 방역조치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역시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 발언 중 일부입니다.  


-이재갑교수 (한림의대 감염내과): 코로나19가 독감보다는 전파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똑같은 방역 조치라도 인플루엔자는 아예 유행을 안 할 정도로 억제를 시킨 거고요..

-정우용교수 (일산병원 감염내과): 코로나19 때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사회적 이동과 접촉이 줄면서 독감과 같은 호흡기 감염병 발생이 감소했으나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독감 환자가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동안 수도 없이 반복되었지만 이 기사는 다시 한번 한국 기자들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5년간 독감환자수를 발표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들은 아래와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코로나 끝나자 독감환자 91배가 늘었다>와 같은 제목을 뽑아서 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수 있을까요? 또한 2022년은 한국에서 코로나가 대폭발 했던 해로 코로나 끝나자 독감환자가 늘었다는 표현 자체가 오류이자 허구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들은 2021년 독감환자가 적었던 이유를 방역에서 찾고 있는 그 전문가들을 아직도 신뢰할 수 있는 걸까요?  그들은 코로나사태동안 독감이 사라진 것은 방역정책에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관찰된 현상으로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에서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요? 지구 생명체 탄생이래 항상 작동하고 있는 virus competition이라는 현상에 대하여 들어는 보았을까요? 더구나 한국의 실내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것은 2023년이며 2022년에 해제된 것은 실외마스크 의무화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에 세뇌된 한국인 대부분은 실외에서조차 마스크를 벗지 못한 상태였고요.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2022년 독감이 91배 늘었다고요?? 



이렇게 한날한시에 똑같은 제목으로 언론에 기사화되는 사안은 정부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질병청 인 줄 알았더니만 검색해 보니 이번에는 정기석교수가 이사장으로 계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마스크 착용이 가장 효율적인 독감 예방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배포했더군요. 그리고 언론고시를 통과한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인 한국의 기자들은 그 보도자료에 일말의 의구심도 가지지 않고 받아쓰기 기사를 작성하고요.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고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다는 대한민국..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답이 없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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