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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비얀코 Jan 22. 2022

사랑으로 이야기하기, 이야기로 사랑하기 9

잠언 31장

‘왕이 궁녀를 사랑했다면, 그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주제로 장안을 흔들어놓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드라마 종영 후에도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정조 임금과 궁녀에서 훗날 의빈이 된 덕임의 우정, 의리, 사랑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여러 면에서 기존의 역사드라마의 틀을 깬다. 예전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선 궁녀의 삶의 목표는 왕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고 후궁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그려졌던 것에 비해, 이번 드라마 여주인공 덕임은 감히, 그것도 여러 번 왕을 거절한다. 


정조의 후궁이 된 후, 죽는 순간에조차 ‘나를 사랑했다면 다음 생엔 나를 봐도 모른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 달라.’고 부탁하는 덕임의 대사를 통해 궁궐의 도와 예법, 그리고 정치 속 시달림이 얼마나 큰 족쇄가 되어 자유와 독립을 갈구한 그녀의 삶을 짓눌렀는지 알 수 있다.  


그런 궁녀를 기다리고, 배려하고, 아파하는 정조의 모습은 어떠한가? 놀랍게도 이내용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정조가 직접 쓴 의빈 성씨의 묘비에 나와있는 내용이라니, ‘왕의 명령이 곧 하늘의 명령’이었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하면 정조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그가 죽은 뒤 200여 년이 지난 뒤에도 살아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애절하게 파고든다. 


정조 임금 이산은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은 뒤 살아남아 왕이 되어 억울한 부모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다. 정치, 군사, 경제, 의학, 공학 등 모든 학문에 정통했으며, 진리를 책 속에만 묻어두지 않고 탕평책, 수원성 제조 등 어려운 백성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세상에 구현한 성군이다. 


어머니 혜경궁 홍 씨가 아프기라도 하면 직접 약을 달이고 먹이기까지 한 인간적인 면모까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문 속 진리를 구하며, 깨달은 진리를 삶으로 살아내 사랑을 실천한, 역사 속 살아있는 ‘사랑과 진리와 혁신의 아이콘’이다.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문을 사이에 두고 애절하게 읊던 시경의 한 구절이 아련히 귓가에 맴돈다.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함께 떠나리’ 


북풍이 차갑게 불던 겨울날 시작된 나의 정조 앓이는 한동안도 계속될 것 같다. 


책의 치유의 효과를 경험하고,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위해 시작한 책 낭독. 어느덧 낭독한 책이 열 권이 넘어섰다. 


“그동안 읽으신 책 중 어떤 책이 가장 좋으셨어요?” 

“뭐니 뭐니 해도 손흥민 선수 아버지 책이었던 것 같아. 축구에 대해서도 박사지만 글도 그렇게 잘 쓸 수가 없어. 그 친구는 철학자가 될 자질이 충분해.!” 


아버지는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최고의 책으로 꼽으셨다. 로빈슨 크루소, 천로역정, 노인과 바다, 연금술사 이런 세계적인 고전과 베스트셀러 들을 뒤로 하고 아버지는 왜 이 책을 최고의 책으로 꼽으실까? 


일단 그 책들은 해외작가가 외국어로 쓴 책들의 번역서이다. 아무리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해도 원래부터 제 언어로 표현된 글과 번역문이 갖는 깊이와 정서적 교감은 다를 수 밖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더 큰 이유는, 그 책들은 허구이고, 손웅정 님의 글은 세상에 살아 있는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책이 또 있을까? 


‘저거다! P31’


P31(Proverb 31)은 성경 속 잠언 31장을 가리키는 말로, 12살 때 미국으로 가, 세계적 건축 설계 회사 팀 하스를 운영하며 오바마 정부의 건축자문위원까지 지낸 하형록 회장의 ‘성경대로 비즈니스 하기’에 대한 책이다. 


20대에 건축회사 임원의 자리에 올라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달리다 심장쇼크로 정신을 잃는다. 극적으로 두 번의 심장이식 수술을 거치고 새 생명을 얻은 그는 병상에서 읽은 성경 속 잠언 31장에서 남은 여생의 비전을 찾는다. 


잠언 31장은 현숙한 여인에 조건에 대해 적은 장으로, 그 내용이 헌신과 희생을 담고 있어 언뜻 보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에게만 삶의 무게를 지우는 말씀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하나님은 신랑, 인간은 신부로 이해될 수 있기에 그는 이 말씀을 현명한 신자의 행동강령으로 받고 이 말씀에 따라 건축설계회사를 시작한다.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존재한다.’는 회사의 비전을 매일의 삶과 의사결정을 통해 지켜나가는 그는 고객의 꿈을 위해 최선의 건축 디자인을 설계하고, 손해가 나도 약속은 지키며, 약한 자들을 위해 손해를 감수한다. 


눈앞의 손해를 조금도 감수하지 않으려 악다구니를 쓰는 세상 속, 그는 성경의 말씀을 책 속에, 교회 안에 가둬주지 않고 매일의 삶에서 행하며 기업을 운영했다. 20여 년이 지나 그는 미국 동부 굴지의 건축설계를 일궈냈고 그는 건축가로서는 최고의 영예로운 자리인 미국 정부 건축자문위원이 되었다. 


우리는 책에서 읽는 진리는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의 행동은 습관과 시류에 맡긴다. 그런데 그는 성경 속 진리를 그대로 믿었고 그래서 성경이 시키는 대로 눈앞에 손해를 감수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는 더 큰 축복으로 돌려받았고 성경 속 진리를 사는 주인공이 되었다. 


책 말미에 그는 고백한다. 자신의 회사가 얼마나 큰 건물을 많이 지었는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가 보다는 얼마나 유익한 만남을 가졌는가 누구에 도움이 되었는가에 관심이 더 많다고. 


그가 성자이기 때문일까? 아마도 20여 년이 넘게 성경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온 그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눈앞의 이익보다는 진실한 관계가, 훗날 더 큰 기쁨과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삶 속 결산은 눈앞에 앉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 계신 그 분과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분이 애달파하는 존재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사랑을 나눌 때, 그도 함께 축복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궁극으로는 그 상보다 그 상 주시는 분과의 관계를 붙잡고 세상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평안함을 누리는 것이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최고의 축복이라는 것을.


진리를 믿고 세상으로 꺼내 와 사랑의 도구로 사용했던 드라마 속 정조 임금도, 잠언 31장의 하형록 회장도 나에게 지혜를 책 속에서 꺼내 행동에 옮기라고 말을 걸어온다. 사랑은 그 어떤 북풍에도 어떤 폭설 속에도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며. 


내일은 아버지 좋아하시는 소고기 사서 친정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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