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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비얀코 Feb 08. 2024

그림을 그립니다.

꽃다발

니가 나한테 오고서,

매일 밤

연한 핑크색의 묵주를 돌려가며

두 손을 모았다.


니가 우렁찬 탄생의 울음을 울어대는 순간,

우린 창조세계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

소리를 색으로 그린다면,

귓가에 생생한 그 소리는 짙은 블루쯤일까?


전에 없이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고,

따로 삶아 빤 옷을 입히며,

알록달록한 야채를 다져 이유식을 만들어 먹일 때면

선홍색의 입을 오물오물

잘도 받아먹었지.


열이 올라 옷을 벗기고 물로 몸을 닦아주면

발그레해진 뺨을 해가지고 

빙그레 나를 향해 웃어주던 너와 눈을 맞추며,

엄마도 나처럼 속이 탔었구나 늦은 철이 들었지. 


옹알이를 할 때도, 일어나 걸을 때도,

낙서 같은 그림들을 그릴 때도

나는 세상 천재를 낳았나 보다!

노란빛 환호를 쏟아 냈단다.


무릎에 앉혀 동화책을 읽어주던 순간,

니 몸에서 나던 베이비 샴푸 냄새,

내 팔에 걸쳐진 너의 보드라운 살의 감촉,

그리고 니 머리에서 올라오던 따뜻한 온기의 기억으로

나는 여전히 황금빛 가득한 천국을 산다.  


그리고, 니가 그 검은빛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간을 견뎌낼 때,

보일 수도 없는

진홍색의 절규를 내뿜으며

너를 내게 보낸 그 분께 매달릴 수 밖엔 없었다.   


이젠....

공원 울타리 짙은 녹색의 측백나무처럼

힘이 되고,

쉼이 되는.


지나고 보니

니가 있던 모든 간들은

삶으로부터 내가 받은 가장 화려한 부케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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