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벗 Jun 21. 2022

세 번째 이야기

지난 4월은 너무나도 우리에게 가혹한 달이었던 것 같아.. 온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격리되고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코로나로 돌아가셨으니..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한동안은 중심을 잡아야 할 나조차도 너무도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

아들은 그런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버지께서 떠나가신 후에는 예상대로 이유가 무엇이던 온통 후회 투성이야..


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부모가 떠나간 자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이 될 거야.. 주변에 모든 것들이 부모님을 기억하게 만들어 나 자신을 계속 후회라는 이유로

계속 괴롭히기도 해.. 이제 와서 제일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그저 열심히 살아온 지난 시간이

제일 후회되는 것 같아..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의 부재중 통화를 보고도 잊어버리고, 먹고사는데 바빴고..

일에 찌들어 피곤에 지쳐 잠든 밤 중에 술 한잔 드시고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 잠을 깨우실 때면

술 드시고 밤늦게 전화한다고, 아버지께 싫은 소리도 했었고.. 맛있는 것을 드시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며 간단한 안부만 물어보시며 전화도 하셨지..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어..

<바람이 불어 먹먹한 내 마음에 소리를 울려주기를>

지금도 계속 나는 지난 그 시간에 머물러, 왜 그렇게 살아서 이제와 후회하고 있냐고..

똑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아..

멍청하게도 마치 시간이 멈추어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휴대폰을 뒤적여 아버지의 마지막 부재중 통화가 언제인지 찾아보기도 했고..

휴대폰 갤러리에 아버지의 사진을 찾아봤는데.. 많이 없었어.. 모두 아들 네 사진뿐이네..

아버지께서 특별히 좋아하시던 음식은 무엇이었고, 특별히 싫어하시던 음식이 무엇이었지?

생각이 도무지 나지를 않아..


아버지의 목소리도 생각나지 않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아버지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려고..

수없이 노력해봤지만.. 이상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꿈속에서라도 한 번쯤 목소리를 들려주시거나

얼굴이라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에 밤에 잠들 때면 일부러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잠들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 번도 그런 기회가 없었어..

 

한동안은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았어..

그럼 앞으로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윤택해진 삶, 좋은 집, 좋은 차를 가질 수 있도록 넉넉한 경제적 상황을 이루어내는 것이 행복이라 믿으며

하루하루 일에 미쳐 살아왔던 지금의 내 모습은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인가?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삶에 대한 열정이 곧, 성공과 행복에 대한 나의 신념이고, 그것을 통해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 믿었던 지금의 나는.. 전혀 행복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하루하루 그 하루에 속아서 살아왔고..


부유하고 성공한 남들의 삶의 동경하면서 그들처럼 되기 위해 아니 어쩌면 그들을 닮아가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아.. 하루하루 일에 미쳐 열정이란 노력으로 살아가면 동경하는 그들의 삶이

곧, 내 삶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었던 것 같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여쭤보고 싶은 말이 있단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께 어떤 아들이었나요?" 이 말을 꼭 여쭤보고 싶어.. 꼭, 답을 들을 수 없어도 말이야..

생전에는 왜 이 말을 여쭤보지 못한 걸까?

나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아..


아들이 내게 "아빠! 저는 아빠한테 어떤 아들이에요?"라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어떤 표현을 해도 표현이 안 되는 건 확실한데..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면 "전 부지.."라고 대답할 것 같아.. 그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데.. 아버지께서도 그러셨을까.. 궁금해진다..


아들이 나중에 언젠가는 지금의 나의 상황에 오게 될 텐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누군가 그랬다는데.. 붙잡으려 애쓰지 마라고.. 그것이 무엇이든.. 아쉬움에 붙잡으려고 애쓰면 애를 쓸수록

그만큼 더 고통스럽고, 괴로울 뿐이라고.. 모든 것을 놓아주고 모든 것이 순리임을 받아들이면 편해진다고..

정답은 없지만 바라건데 정답은 네가 선택하는 그것이 정답이길 바래..


오늘은 유난히 볕이 따사로운 오전이야..

바깥 하늘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한번 바라보고.. 잠시 눈을 감아도 좋은 것 같아..

따사로운 볕의 온기가 가슴 안으로 파고 들어와 그 온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볕이 따뜻한 오전.. 아들 네게 늘 미안하기만 한 아빠가..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